‘죽어도 좋아’ 사태에 이어 이번엔 3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종상이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얼마 전 검찰이 제37회 대종상-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작품상 등을 휩쓸었던 뜻 깊은 해였다-신인여우상 수상자(‘진실게임’의 하지원) 선정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혐의를 잡고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에 대종상 주관 단체인 한국영화인협회는 “…자체 조사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검찰 조사가 대종상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연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는 두고 봐야 한다. 대종상 못지 않게 권위가 실추되어 있는 검찰이 자칫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 되고 말지도 모를 마당에 섣불리 조사에 나섰을 리 없지만, 사실 난 이번 사태는 무혐의로 귀결될 공산이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영화계에는 워낙 입증하기 힘든 허위 정보들이 횡행에서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2000년 바로 그 해, ‘아이즈 와이드 셧’(스탠리 큐브릭)의 등급 분류와 연관해 분류소위 10인 위원들이 5천만원을 수뢰했다는 혐의를 받고 참고인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정말 억울하게도 말이다.
 수사 결과에 상관없이, 석연찮은 점들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니다. 2년여가 지난 이 시점에서 갑자기 왜 이런 일이 발발했을까. 직접적 관계자가 아니라면 알기 불가능할, 극히 은밀한 내부 정보를 검찰에 제보한 이는 누구며 그 동기가 무얼까. 올 부천영화제 페스티벌 레이디로 맹활약하기도 한 하지원은 ‘폰’(감독·안병기)의 히트로 목하 상종가를 치고 있는데, 혹 누군가가 시기한 건 아닐까. 몇 개월 전부터 고질적 연예계 비리 사건이 우리 사회를 강타한 바, 혹시 이번 사태도 그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빚어질 건 아닐까, 등등.
 그럼에도 잊어서는 안 될 교훈이 있다. 대종상이 ‘근본적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상 최초의) 검찰 조사가 아니더라도, 대종상은 그간 숱한 심사 부정 의혹에 시달려 왔기에 하는 말이다. 위기가 오히려 기회라고 했던가, 난 대종상이 이참에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하면서 환골탈태해야 된다고 여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난 감히 영화인협회가 당장 대종상 주관에서 손을 떼고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중립적이고 공평무사한 인사들로 이루어진 새 기구가 발족, 상을 주관해야 한다고 본다. (난 그런 취지의 주장을 며칠 전 서울의 한 일간지 ‘시론’에서 명백히 피력한 바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라고 확신한다.
 내 주장은 그러나 지나치게 이상적이며, 그래 현실적 설득력이 결여돼 있을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것이 현실적 방안일까. 그저 심사 위원 구성을 공정히 하고 심사 과정을 100% 밝히는 정도로 될까. 글쎄, 잘 모르겠다. 그렇게 된다면 좋을 텐데. 이제부터라도 그 방법을 고안해내야 할 싶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