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 정신적 미숙아와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이 사랑에 빠졌다.
 15일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다.
 홍종두(설경구)는 사회에서는 ‘또라이’ 군대에서는 ‘고문관’쯤으로 치부될 만한, 되는 대로 사는 29세의 청년이다. 폭력, 강간미수에 뺑소니교통사망사고까지 전과3범인 종두가 출소한 날, 집을 찾아갔지만 가족들은 이사 가고 없다. 어렵사리 다시 만난 가족들. 동생은 “내 인생 좀 방해하지 말아줘”라고 말하고 형수는 “삼촌 없을 때는 정말 살 것 같았다”며 노골적인 불편함을 드러낸다. 뺑소니 사고는 자신이 자청해 큰 형을 대신해 들어간 것이지만 종두는 가족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아니, 그 정도까지 생각할 머리가 되지 않는다.
 출소하고 며칠이 지난 뒤 종두는 교통사고 피해자 집을 찾아가고 그의 딸인 뇌성마비 장애인 한공주(문소리)를 만난다.
 공주는 빈집에 누워 라디오를 들으며 벽 한켠에 걸린 ‘오아시스’란 양탄자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이다. 같이 살던 오빠부부는 공주 명의의 장애인 아파트를 얻어 이사 가고 한달 20만원을 받고 공주에게 밥을 차려주는 옆집 부부는 공주가 보든 말든 마루에서 정사를 벌인다.
 서로 ‘공주마마’ ‘홍장군’이라 부르며 사랑에 빠진 종두와 공주는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게 되고 관계를 갖던 그날, 공주 오빠에게 들켜 종두는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다.
 ‘초록물고기’에서는 뒷골목 건달들의 비참한 삶을, ‘박하사탕’에서는 굴절된 현대사가 할퀴고 간 상처에 신음하는 형사를 그렸던 이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아름답게 꾸미지 않은 인간의 ‘징한’ 사랑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건들거리며 불안한 듯 눈을 치켜떠 상대를 올려다보는 종두는 어디선가 본 듯한 캐릭터다. 얼굴표정에서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비틀며 열연하는 공주는 예쁘진 않지만 동정심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이 영화는 오는 29일부터 열릴 제59회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인 ‘베네치아59’에 초청됐다. 132분. <김진국기자> freebird@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