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동암역이 위치한 곳은 십정동-본래 열우물이었다. 그것이 어떻게 생소한 역이름으로 정해졌는지 알 수가 없다. 십정동의 十井도 사실은 오기였다고 한다. 향토지명연구가 이훈익옹에 의하면 당초엔 우물과 관계가 없는 十丁이었다. 이옹의 주장으로는 十丁은 일대를 지나는 산줄기의 十자형 교차 형국을 뜻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속칭 열우물은 우물과는 연관없는 잘못 붙여진 이름이요 열개의 우물이 있었겠다는 것도 당치가 않다.

 아무튼 지금도 부평구 관내인 십정동은 부평과 인천과의 옛 경계였다. 지금이야 전철역이 들어섬으로 해서 신흥 번화가가 되었지만 이십수년전만 해도 그곳은 주안염전의 한적한 변두리 마을이었다. 동암역 북부광장에서 가좌동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의 흔적은 그대로인데 온통 붉은 흙밭이요 어쩌다 고갯길로 화물차라도 힘겨워 오르느라면 황토 먼지가 붉은 가스라도 방사한듯 했었다.

 그리고 고개를 넘어서면 가좌동이다. 예전에 가재울이라 불리던 것이 한자로 표기하느라 佳佐가 되었다. 말라붙은 건지(乾池)못에서 큰 가재가 나와 그렇게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이곳 역시 지금은 매립된 주안염전 자리에 대신 공업단지가 들어서고 야산이요 경지이던 자리엔 온통 아파트숲이 임립해 있다.

 이곳 십정 가좌동 일대는 이른바 개건너-예전 시내에서 연희동을 지나 김포 양곡으로 이어지는 305번 지방도로의 길목이었다. 46번 경인국도로 석바위 고개를 넘어 왼쪽으로 갈라지면서 벽돌공장이 있던 지금의 주원초등학교 인근에서 철도 건널목을 건너고 동암역 북광장과 가파른 고개를 넘어 석남초등교와 콜럼비아참전비 싱아고개를 넘어 연희동에 이르렀다. 그동안 시가지가 조성되고 도로가 부분적으로 확장되느라 옛길을 분간하기가 어렵지만 자국은 더러 남아 있다.

 아직도 시골길 처럼 옛 모습을 지니고 있는 가좌동 옛길 800m의 노폭이 확장되리라 한다. 폭주하는 교통량 때문에 불가피하더라도 우리는 옛 흔적에 너무 쉽게 손을 댄다. 건물이건 지형이건 제대로 남아있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