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환정책에 2단계로 명시 불구
인천 내 기초단체 사례 하나도 없어
가이드라인도 모르거나 정년 핑계도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총 3단계로 나뉜다. 1단계 대상은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 2단계는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 3단계 민간위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봤듯 인천 공공기관들은 1단계부터 기간제 노동자 정규직화 전환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다수였다. 기획 3편에서는 간접고용으로 불리는 파견·용역 노동의 실태와 함께 2단계 정규직 전환 실태를 짚어본다.

/인천일보DB=2020년 1월22일자 “잭니클라우스 골프장, 노조 활동한 용역노동자만 해고”
/인천일보DB=2020년 1월22일자 “잭니클라우스 골프장, 노조 활동한 용역노동자만 해고”

지난해 1월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돌연 골프장 입구에 천막을 치고 장기 투쟁에 들어갔다. 골프장 미화·식당·보안을 담당하던 노동자 15명 중 7명이 해를 넘기며 해고됐기 때문이다.

<인천일보 2020년 1월22일자 “잭니클라우스 골프장, 노조 활동한 용역노동자만 해고”>

이들은 골프장에서 직접 고용한 노동자들이 아니었다. 골프장 관리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직장 내 갑질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4월 노동조합을 설립했고 간부 직원의 성추행 문제 등을 제기하며 목소리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듬해 용역업체가 바뀌며 매년 문제없이 이뤄졌던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해고된 이들 7명은 모두 노조원이었다. 고용승계라는 목줄을 쥔 '용역' 형태의 근로관계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건이었다.

▶관련기사 : [같은 노동 다른 신분...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3] 용역업체 '갑질' 질려 직접고용 눈앞인데 퇴사하기도

정부는 이 같은 간접고용 노동을 줄이기 위해 공공 부문 2단계 정규직화 대상으로 파견·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을 꼽았다. 하지만 인천 기초지자체들 중 2단계 파견·용역 노동자들을 정규직환 한 사례는 하나도 없었다.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2017년 7월 기준 인천 10곳 기초지자체 중 파견·용역 노동자가 있는 곳은 ▲부평구 128명 ▲연수구 48명 ▲중구 24명 ▲옹진군 13명 4곳이다.

부평구에는 환경미화원 125명, 전산장비 유지보수 3명 등 128명 용역 노동자들이 있었지만 정규직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부평구 관계자는 “파견 노동자는 없고 용역 노동자만 있는데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는 전환 대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파견·용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심의기구인 '노사 및 전문가 협의회'를 구성해 여기서 전환 직종과 방식, 시기 등을 결정해야 한다. 4곳 지자체 모두 이 심의기구를 구성조차 하지 않았다.

연수구는 용역노동자 48명 중 42명을 정규직 전환 실적으로 잡았다. 하지만 이들은 연수구에서 용역노동자로 일하다 2018년 1월 업무를 시작한 연수구시설안전관리공단 소속으로 편입된 인력이다. 구가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한 인력이 아니다. 연수구 관계자는 “공단 생길 때 정규직원으로 흡수돼서 정규직 전환 실적으로 잡았다. 지금은 용역노동자가 없다”고 말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청소하는 분들이 용역노동자들이고 올 연말까지 계약기간인데 다들 연령대가 있어서 (직고용을 하면) 정년 때문에 그만둬야 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을 보면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전환 대상 노동자일지라도, 60세 이상 고령자는 정년 문제 때문에 전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청소·경비와 같은 고령자 친화 직종은 별도 정년을 설정해 정규직화 할 수 있다.

한편 인천 기초지자체 산하 공사·출자·출연 기관 중 용역 노동자를 쓰고 있는 곳은 부평구문화재단(35명) 한 곳이다. 이 재단 역시 정규직 전환은 한 명도 하지 않았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관련기사
"잭니클라우스 골프장, 노조 활동한 용역노동자만 해고"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일하던 용역 노동자들이 고용 승계를 받지 못하고 사실상 해고돼 거리로 나섰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지난해 노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했던 점을 원인이라 보고 무기한 집회에 들어갔다. 민주노총 인천지역일반노조는 지난 7일부터 잭니클라우스 골프장 앞에서 1인 시위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골프장에서 용역업체 소속으로 일하던 미화·식당·보안 담당 노동자 15명 중 7명이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고용 승계를 받지 못해 지난해 12월31일자로 사실상 해고됐다. 해고자들은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3.용역업체 '갑질' 질려 직접고용 눈앞인데 퇴사하기도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 분들은 그간 온갖 차별과 억울한 일 다 당하고도 견디며 지내셨습니다. 청소하시는 분들은 아직도 고정적으로 쉴 곳이 없어 학생들 수업이 없는 빈 강의실을 찾아다니고 계십니다.” 글로벌 인재를 키우겠다는 교육기관, 인천글로벌캠퍼스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의 현실이다. 인천글로벌캠퍼스 운영재단은 인천시 산하 출자·출연기관이다. 김덕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글로벌캠퍼스 운영재단지회장은 “용역 업체들은 계약 해지라는 무기를 이용해 그간 온갖 갑질을 일삼아 왔다”며 용역 노동자들의 고충을 알렸다. ▲용역 노동자들, 정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4. 노동자 고용보장으로 포장된…묘수 같은 꼼수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기관마다 전환 직종과 방식 등이 다 다르게 진행됐다. 그 과정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노동을 바라보는 공공 기관들의 시선과 욕망을 읽을 수 있다. 기획 4편에서는 인천교통공사와 인천 서구시설관리공단의 정규직화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교통공사는 유일하게 '자회사'라는 전환 방식을 택했고, 서구시설관리공단은 '장애인' 노동자를 정규직화 했다.1999년부터 인천 시민들 발 역할을 하고 있는 인천도시철도. 철도를 운영하는 인천교통공사는 2013년 전국 지방공기업 중 처음으로 비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3.장애인 '이용자' 아닌 '노동자'로 인정받다 인천 서구 검단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서구구립장애인직업재활시설. 일정한 규격의 매끈한 종량제 봉투를 생산하기 위해 원료배합기와 압출성형기, 인쇄기가 쉴 새 없이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시설에서 일하는 수십여명 장애인들은 공정마다 분산 배치돼 각자 일에 여념이 없다.다른 직업재활시설과 딱히 달라 보이지 않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 시설에는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 작업자들 중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정규직) 근로계약을 시설과 체결한 장애인 노동자들이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인천 유일 사례인천일보가 정보공개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2.숫자에만 매달린 전환…미래는 없었다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취지와 달리 노동시장 양극화를 강화한 측면이 있다. 같은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느 기관에서는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인정된 반면 어느 곳에서는 여전히 인정 받지 못한 사례들이 다수 발견됐다. 기획 2편에서는 이 같은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의 모순과 함께, 이 같은 모순 상황을 초래한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 구성과 심의 과정의 문제점을 짚어본다.2018년 3월6일, 인천 강화군은 보도자료를 하나 낸다. 정부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기간제 노동자 140여명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2.기관 '거수기' 전락 정규직 전환심의위 무용론 공공 부문 정규직화 대상·방식 등을 결정하기 위해 기관마다 꾸렸던 심의·의결기구인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가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부 위원을 절반 이상 두라는 정부 지침도 어겨 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물론, 위원회를 아예 열지 않고 정규직 전환을 시행한 사례도 드러났다. ▲중구, 정규직 전환심의위 왜 만들었나인천 중구는 2017년 10월 내부 위원(중구 공무원) 3명과 외부 위원 3명으로 구성된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꾸렸지만 이후 위원회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그런데 중구는 2019년 2월과 202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2.정부 지침 해석 '들쑥날쑥' 같은 일 하는데 다른 신분 정부의 공공 부문 정규직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지만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각 기관들이 정규직 전환 기준을 입맛에 맞게 해석하거나, 정규직 전환을 최소화하려다 보니 나타난 결과다. ▲동일 노동, 차별 고용하는 공공기관들인천 계양구는 공공 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3개 직종에서 일하는 기간제 노동자 각 한 명씩 총 3명을 공무직으로 전환했다. ▲임상병리사 1명 ▲통합사례관리사 1명 ▲간호사 1명이 그들이다.정규직 전환 심의 당시 '통합사례관리사'는 4명이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1.인천 군·구 중 꼴찌 남동구, 전환계획 '감감무소식' 인천 남동구는 지역 내 10개 기초지자체 중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시행하지 않은 유일한 지자체로 나타났다.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10개 지자체 정규직 전환 현황을 보면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남동구 소속 노동자는 0명이다.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각 공공기관은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전환계획'을 세우고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꾸려 위원회에서 정규직 전환 직종·인원·처우 등을 결정해야 한다.하지만 남동구는 비정규직 실태조사만 했을 뿐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1.기간제 판치는 인천시교육청 “교육기관 책임의식 없어” 기간제 노동자 4729명, 파견·용역 노동자 1319명, 총합 6048명.인천시교육청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다. 교육기관인 학교와 교육청은 이처럼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을 주춧돌로 굴러간다.2010년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쳐 온 영어회화전문강사 A씨. 그는 한 학교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지만 여전히 '기간제 선생님'이란 꼬리표를 달고 산다. 그는 짧게는 1년, 길게는 4년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린다. 계약직 노동자다 보니 일정 기준의 평가를 거쳐 매년 학교장과 재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1.희망고문 4년째…오늘도 불안을 품고 출근합니다 우리 사회 불평등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불리는 노동 시장 양극화와 맞물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외부 공식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대통령 1호 공약으로 천명했다. 파급은 컸다. 비정규직 철폐 구호가 전국을 감쌌다. 4년이 지난 오늘, 공공 기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말 사라졌는가. 이에 답하기 위해 인천일보는 현 정권 마지막 한 해를 남기고 언론을 통해 그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인천 지자체들와 산하 공기관 등 40곳의 정규직화 정책 진행 상황을 전수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