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회의록 기재 않고 '꼼수 채용'
내부 인사가 과반…원안 '프리패스'
순차적 전환 약속 지켜지지 않기도

 

공공 부문 정규직화 대상·방식 등을 결정하기 위해 기관마다 꾸렸던 심의·의결기구인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가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부 위원을 절반 이상 두라는 정부 지침도 어겨 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물론, 위원회를 아예 열지 않고 정규직 전환을 시행한 사례도 드러났다.

 

▲중구, 정규직 전환심의위 왜 만들었나

인천 중구는 2017년 10월 내부 위원(중구 공무원) 3명과 외부 위원 3명으로 구성된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꾸렸지만 이후 위원회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중구는 2019년 2월과 2020년 1월·12월 총 세 차례 걸쳐 4개 직종 기간제 노동자 8명을 정부 공공 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정규직(공무직) 전환 완료했다고 실적을 잡았다. ▲환경미화원 4명 ▲주정차과태료관리원 1명 ▲방문건강관리사 1명 ▲공원녹지관리 2명이 전환자들이다.

정규직 심의위원회 의결을 통해 전환 대상을 결정하라는 정부 가이드라인을 중구가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정부 지침이 발표된 2017년 7월 기준 중구 기간제 노동자는 160명이었다. 어떤 기준에 따라 이들 중 4개 직종 8명만 정규직 전환 결정이 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구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심의위를 따로 개최 안하고 각 부서에서 개별로 (정규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직종에 대해) 공개경쟁 채용을 해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며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 개최 직전에 채용비리 이런 것들이 언론을 통해 문제가 돼서 중구는 중지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위원회를 열었지만 기록조차 남겨놓지 않은 기관들도 있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인천 지역 내 국립대학과 교육청, 광역·기초자치단체 및 산하 기관 등 총 40곳을 확인한 결과 심의위원회가 열렸던 기관 중 회의록을 남기지 않은 곳은 ▲부평구시설관리공단 ▲인천테크노파크 2곳으로 나타났다.

 

▲가재는 게 편, 내부 위원 가득한 심의위원회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기관 입맛에 맞게 꾸린 경우도 다수 포착됐다. 정부는 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절반 포함해 구성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내부 위원을 외부 위원보다 더 많이 넣은 기관들도 많았다. 인천시는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내부 위원 5명, 외부 위원 4명으로 구성했다.

기초지자체 중에는 동구가 내부위원 6명, 외부 위원 4명으로 심의위를 꾸렸고, 서구는 내부 위원 6명, 외부 위원 4명으로 심의위를 구성했다. 특히 인천대학교는 심의위원 9명 중 내부 위원이 7명에 달했다.

위원회 구성이 이렇다 보니 의결 안건들 열에 아홉은 기관에서 만든 원안대로 통과 됐다. 위원회 의결은 위원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 찬성을 조건으로 한다. 위원회가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 한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 외부 위원으로 활동한 노동계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심의위는 말 그대로 안건을 심의하는 역할인데 기관 입맛에 맞게, 기관에서 짜 놓은 안건을 승인하는 데 그쳤다”며 “외부 위원을 지침대로 절반을 둔다하더라도 과반수 찬성이 조건이기 때문에 기관 편인 내부 위원 중 한 명만 반대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규직 순차 전환 약속, 감감무소식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전수 분석한 결과, 일부 기관들은 정규직 전환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조건으로 우선 소수만 정규직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해당 기관들의 순차적 정규직 전환 약속은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평구는 애초 정규직 전환 대상을 39개 직종 203명으로 잡았다. 2017년 12월 열린 부평구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는 이들 중 10개 직종 기간제 17명을 정규직 전환하기로 우선 결정했다.

동시에 위원회는 남은 29개 직종 186명 역시 상시·지속 업무 종사자이므로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합의했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전환심의위원회는 열린 적이 없다.

부평구 외 부평구문화재단, 서구, 계양구시설관리공단 역시 단계적 정규직 전환을 하겠다는 내용을 회의록에 남겼지만 추가 진행된 바는 없는 상태다.

부평구 관계자는 “중장기로 분류된 사업·직종 중 추가로 정규직 전환돼야 할 논의 필요가 있는 대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평구문화재단 관계자는 “여러 기관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라 아직 추가 진행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서구 관계자는 “추후 정규직 전환은 안 이뤄졌으며, 앞으로 비정규직보다는 정규직 인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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