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다 보면 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을 만난다. 마음이 편치 않은 시간에 내가 하는 게 있다. 바로 독서다. 매일 책을 끼고 사는 편이지만 유독 잊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독서는 약이 된다. 독서 삼매경에 빠질 수 있어서다. 시간이 날 때마다 독서하면 며칠 뒤엔 그 슬픔이나 괴로움의 무게가 어느새 가벼워졌음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책을 가까이 하며 사는 이는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자신을 달래 주는 고마운 친구를 곁에 두고 사는 것과 같다고 느낀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대체로 자녀가 책을 읽기를 바랄 것이다. 독서는 유익한 정보와 지혜를 얻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세상에 대해 배우게 되어 정신적으로 성장하게 한다. 그리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 주고 삶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독서는 학교 성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책을 가까이하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학교 성적이 우수하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십수 년간 초중고 학생들에게 책을 읽게 하고 글쓰기를 지도하는 일을 했다. 초등학교에서 글쓰기 교사로 근무한 적도 있는데 학부모로부터 문의 전화가 오곤 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만드느냐는 물음을 그때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것이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인 듯했다. 나 역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독서광이 되길 바랐기에 학부모들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었다. 나는 줄곧 독서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믿기에, '부모가 자녀를 독서가로 키우는 방법'을 궁리해 보곤 했다. 그 결과 다음 다섯 가지를 생각해 냈다.

첫째, 자녀를 독서가로 키우고 싶다면 어릴 때부터 이야기의 재미를 알게 하라. 내 경험을 소개하면 이러하다. 다섯 살이었던 아이를 잠들게 하기 위해 밤마다 동화책을 읽어 줬더니 아이가 먼저 책을 읽어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이야기의 재미를 알게 하는 건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참고로 초등 저학년 학생도 부모가 책을 읽어 주는 게 이롭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 읽어 주는 것도 이롭다.

둘째,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자녀가 “얼마나 재밌길래 엄마와 아빠는 저렇게 책을 보는 거지?” 하는 궁금증을 유발시켜라. 이런 궁금증이 생기도록 하는 게 책을 읽으라고 여러 번 말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셋째, 자녀가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책에 관심이 없다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책을 찾아 줘라. 20여 년 전에 국내에 발표되었던 조앤 K. 롤링의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는 지금까지도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책에 흠뻑 빠져 봤던 초등학생이라면 어른이 되어서도 독서가로 살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책의 강한 매력을 알고 나면 책을 멀리하며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판타지 소설이나 또는 스릴이 넘치는 추리 소설은 아이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장르다. 책에 관심이 없는 아이라면 이런 장르의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한 분야에 매료되어 그쪽으로 책을 다독하고 나면 다른 분야의 책으로 관심이 이동하기 마련이다.

넷째, 자녀에게 “책을 읽으면 이따 텔레비전을 보게 해 줄게”와 같은 식으로 말하지 말라. 이는 독서가 칭찬을 받을 일이지 즐거운 일은 아니라는 뜻을 은연중 전해 주기 때문이다. 그 반대로 말하는 게 바람직하다. “심부름을 하나 해 주면 책 한 권 사 줄게”라고. 이 말에는 아이가 기뻐할 책을 선물로 주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다섯째, 자녀에게 전집을 사 주지 말라. 한꺼번에 많은 책을 사 주면 희소성이 높지 않아 책이 소중한 줄 모른다. 책을 낱권으로 구입하기를 권한다.

요즘 어른은 물론이고 초등학생까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인터넷 쇼핑을 가능케 하는 것은 물론이고, 코로나19로 인해 유용한 교육 매체가 되기도 했다. 분명한 건 앞으로 스마트폰보다 더 혁신적인 문명 기기가 출현한다고 해도 우리에게 종합적인 사고력을 길러 주는 독서의 가치는 감소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아니 문명 기기가 우리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면 할수록 생각의 힘을 키워 주는 독서의 가치는 더 커지리라 믿는다.

4월23일은 '세계 책의 날'이다.

 

/피은경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