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낙타가 알고 있는 것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 뿐이다. 그는 한평생을 아무것도 못 본 체하며, 굽은 등만 남들에게 내주고 사막길을 걷는다. 그가 등에 태운 '어리석은 사람'은 순수하고 깨끗한 사람을 일컬을 것이다. 세속의 때가 묻지 않고 세파에 휘둘리지 않으며, 슬픔조차 가슴에 묻고 오로지 뚜벅뚜벅 외길을 걸어가는 '속 깊은 사람'을 일컬을 것이다. 낙타인들 왜 세상과 섞이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는 세상과 소통할 마음이 없다.

온몸이 흔들리는 갈대가 속으로만 조용한 울음을 울 듯, 낙타 또한 애써 슬픔을 참으며 모래바람을 견딘다.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다는 것은 스스로 어리석은 낙타의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이다. 그래서 이 시의 '어리석다'는 '지혜롭다'의 동의어쯤 될 것이다. 신경림의 시 '낙타'는 세속의 때가 잔뜩 묻은 현대인들을 부끄럽게 한다. 그러나 아무리 때 묻지 않은 삶이 좋아도, '무슨 재미로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엾은 사람'으로 평생을 살아가라 한다면? 글쎄, 세상 참 재미없을 듯하다.

/권영준 시인•인천삼산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