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4.16연대·성대역피켓팅팀 등 가만히 있지 않았던 6년간의 활동 '그날 이후 멈추지 않았다'로 엮어
▲ 다산인권센터가 펴낸 <수원4.16운동을 기록하다_그날 이후 멈추지 않았다>의 표지.
“솔직하게 부담을 가진 적도 있어요. 그러면서 부담을 느끼는 게 맞나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고, 모두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에요. 매달 16일 그 시간에.”

수원4.16연대 활동가 서지연 씨의 말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매월 16일 저녁 영통구 미관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그와 이웃의 이야기가 모여 기록이 되었다. 304명의 귀한 생명이 천 개의 바람이 된 지 7년, 수원 시민의 연대가 담긴 기록집 <수원4.16운동을 기록하다_그날 이후 멈추지 않았다>(다산인권센터·2020)을 폈다.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마음으로' 함께하겠다는 시민들의 마음이 담긴 140페이지. 무슨 이야기가 있을까.

▲그날의 마음으로

기록집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시민 활동을 소개한다. 모든 이야기는 활동가들, 즉 시민에 의해 직접 기록됐다. 먼저, '그날의 마음으로'에서는 지난해 수원4.16연대의 활동을 볼 수 있다. 수원4.16연대는 지난해 수원역 4.16 표지석 설치, 활동가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송혜숙 활동가는 직접 세월호에 올랐다. 송씨는 “슬픔과 고통이 저장된 시간이, 그 배가 거기 있었다”면서도 “예상과는 달랐다. 세월호 창, 구멍, 틈 사이로 햇살이 가득 가득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밝은 빛이 몰려오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정성욱씨와의 인터뷰도 실렸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숨진 단원고 학생 정동수군의 아버지다. 정씨는 2, 3차 가해에 대한 질문에 “돈도 많이 받았다”며 “이제 그만해라”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4.16 진실버스가 수원에 왔을 당시의 기록도 있다. 이정수 수원여성회 사무국장은 투쟁과 연대를 나눴던 당시 상황을 전하며 “우리는 서로에게 노랗고 단단하게 연결된 사람들이다”, “수원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적었다.

▲우리의 자리에서

보통의 영웅들 이야기도 있다. 이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들으며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나선 시민들이다. 모두 촛불 시위, 노란 리본 만들기 등 각자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냈다.

'성균관대역피켓팅팀'은 2015년 1월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1시 성균관대역 앞에서 노란 리본을 시민에게 나눠준다. 피켓팅팀의 남기업 활동가는 무려 32개월 동안이나 '몸자보(몸에 두르거나 걸치는 대자보)'를 걸고 지하철을 탔다. 평범한 가장인 그가 활동을 시작 한 이유는 '분노'다. 어떤 사건을 기억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세월호 참사가 유일하다는 그는 “다른 사람들 슬픔 속으로 오랫동안 깊이 들어간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매주 노란리본을 만들어 전국·해외로 배포하는 '수원여성회 노란리본공작소'와 '영통노란리본공작소', 인문학적으로 세월호를 기억하고 알리는 '희망샘인문학기획단' 등 마을 공동체의 활약이 돋보인다.

▲노란 리본이 되다

시민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기억하고, 움직이고, 바꾼다. 그리고 '기억'과 '진실', '다른 사회'를 향해 걷고 있다.

기록집 끝에는 활동가들이 6년간의 시간을 되짚으며 나눈 이야기들이 '노란 리본이 되다'라는 제목과 함께 담겼다. 그들은 처음 촛불을 들었을 때 부터 기억에 남는 순간, 현재 활동을 차례로 짚으며 걸어온 시간을 돌아본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남은 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기억하고 기억을 나누는 일,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 처벌을 이끌어 내는 일, 산업재해·여성인권 등 사회문제로 의제를 확장하는 일 등이 그들이 말하는 시민의 몫이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앞둔 시점, 기록집 속 최경자 활동가는 이처럼 말했다. “여럿이 함께 가면 험한 길도 즐겁다는 문장처럼 지치지 않고 함께 가면 좋겠어요.”

'그날 이후 멈추지 않았다'던 그들은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전진하지 않을까.

/김현우·정혜리 인턴기자 hye@incheonilbo.com

*기록집은 비매품. 문의 다산인권센터(031-213-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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