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껏 그리워할 수 있으니 한껏 살아갈 힘 내길


기억교실
단원고 2학년 10개 반·교무실, 4·16민주시민교육원에 복원

안산온마음센터
유가족 심리치료뿐만 아니라 외부 활동·사회 복귀도 지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공간에서 슬픔의 기억을 넘어 희망이 피어나고 있다.

▲ 4·16민주시민교육원 방문객이 기억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인천일보DB
▲ 4·16민주시민교육원 방문객이 기억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인천일보DB

▲꿈이 남아있는 공간 기억교실

12일 찾은 안산시 단원구 4·16민주시민교육원에는 단원고 교실을 고스란히 옮겨와 복원한 기억교실이 있다. 여객선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2학년 10개 반과 선생님들이 학업하던 공간에는 희망과 꿈이 담겨 있다.

기억교실이 있는 별관 건물 1층은 공공기관 로비를 닮았지만, 2층은 외벽에서부터 학교를 연상시킨다. 1층에 있는 운영관리실과 공감터 등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2학년 7반의 교실이 보인다. 나무문과 나무로 된 창틀, 사용 흔적이 남아있는 책걸상, 청소도구 등 사고 이전 단원고의 모습이다.

기억교실을 찾은 도교육청 관계자도 “복원된 기억교실에서 참사 당시 봤던 단원고 교실과 교무실의 모습이 겹쳐 보여 다시 아픈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복원된 교실의 모습은 아이들의 꿈이 남아있는 공간이었다.

교실 앞 게시판에는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을 위한 경진대회 안내문이 걸려있다. 안내문은 2014년 코리아컵 항공우주과학 경진대회 참가를 안내한다. 글 위편에는 '하늘과 우주를 향한 꿈과 희망! 그리고 도전!'이란 문구가 담겨 있다.

교실 뒤편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년 6개월여 앞두고 학생들의 공부 의욕을 높이기 위한 게시물이 걸렸다. 서울지역 대학 위치를 넣은 '서울지역 대학 위치도'에서부터 학급 생활에서 지켜야 할 약속을 적은 내용, 학생을 위한 스트레칭 방법 등이 사진으로 설명돼 있기도 했다.

교실에서 하늘과 우주를 향한 꿈을 꾸며 대학입시를 준비했을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2학년 선생님들의 공간이었던 교무실에는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한 노력이 남아있다. 한 선생님 자리에는 아이들을 지도했던 굵은 지도봉과 함께 직접 만든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중급 대비 내용·기출 정리집'이 놓여있다. 책에 빨간펜으로 적혀 있는 빼곡한 글귀는 당시 취업을 위한 '스펙' 중 하나로 떠오르던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연구하던 선생님의 노고가 보였다.

이날 민주시민교육원 개원과 함께 기억교실을 찾은 유가족들도 담담한 모습이었다. 이제 많은 유가족이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해 아픔을 견디며 새로운 날을 살아가고 있다.

 

▲치유의 공간 안산온마음센터

같은 날 안산온마음센터 중앙에는 '온 마음을 다하여 온 힘을 다해 온 세상을 향하여'란 글귀가 방문객을 반겼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그림을 그려 아픔을 견디고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을 담았다.

안산온마음센터는 참사 유가족에게 전문적인 심리지원을 제공하는 국내 최초의 공공기반 기관이다. 센터는 유가족이 세월호 트라우마를 견딜 수 있도록 같은 지원을 제공한다. 아직 대부분의 세월호 유가족들은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 불면증과 불안 등 심리 증세뿐 아니라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적 통증도 여전하다. 특히 4월이 오거나 명절, 크리스마스 등 각종 기념일이 되면 떠난 아이가 떠올라 더욱 괴로움에 시달린다.

센터 곳곳에는 이들의 아픔을 회복하기 위한 시설들이 있다. '고요할 담', '사랑 애' 등의 이름이 적혀 있는 상담실과 안마실에서 치유하고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휴식 공간도 곳곳에 마련돼있다.

외부 활동도 활발히 이뤄진다. 시민과 함께하는 '4·16합창단', 단원고 희생자 어머니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유가족끼리 함께하는 '가족동아리' 등이 활동한다. 외부 활동은 유가족 간 서로 함께하고 의지하는 경험을 통해 같은 경험과 시간을 공유한다. 센터는 이런 활동이 유가족들에게 심리지원보다 더 많은 치유를 준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센터는 회복과 치유에서 나아가 성장과 희망을 꿈꾸고 있다. 센터는 지난해부터 피해자들의 '외상 후 성장'에 중점을 두고 새로운 프로젝트 두 개를 시작했다. '부모성장 프로젝트 잡(Job)아라'와 '청년성장 프로젝트 브릿지'가 대표적이다. 두 프로그램은 유가족 부모와 형제자매를 대상으로 진로와 취업, 창업과 관련해 교육을 제공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으로 사회와 분리됐던 유가족들이 외부인과 소통하며 다시 사회로 섞여 들어간다.

센터를 이용하는 유가족도 늘고 있다. 센터에 등록된 780여명 중 직접 이곳을 찾는 건 약 40~50% 정도로, 도움을 거부하던 유가족들도 속속들이 센터를 찾아 사회로의 복귀를 꿈꾸고 있다. 일부는 이미 사회로의 적응을 마쳐 더는 센터를 찾지 않기도 한다.

정해선 센터장은 “유가족들은 전문적이고 치료적인 접근을 할 때보다 공감하고, 함께하고, 옆에 있어 주는 것에 오히려 마음을 연다”며 “도움을 거부하는 분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정혜리 인턴기자 jlcomet@incheonilbo.com

 


 

5년간 3번 이전…지난해 말 제자리

★기억교실이 민주시민교육원에 오기까지…

세월호 참사가 생긴 2014년 4월 이후 기억교실이 민주시민교육원에 자리 잡기까지는 수차례의 이동 과정을 겪었다. 참사 후 2년여간 '기록' 그 자체인 교실을 훼손할 수 없다는 유족들의 간절한 요청에 유지됐던 2학년 학생들의 교실은 2016학년도가 되면서 교실 부족을 이유로 학교 밖 이전 논의가 시작됐다.

어렵사리 민주시민교육원을 건립해 기억교실을 이전하기로 했으나, 부지 문제에 시달리며 기억교실은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임시 이전했다. 결국 안산교육지원청 용지에 민주시민교육원을 건립하기로 하면서 기억교실은 별관에서 본관으로 다시 한 번 임시 이전됐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민주시민교육원이 건립되면서 현재의 공간에 자리잡았다. 자리잡은 기억교실은 창틀에서부터 사물함, 청소도구함 등을 고스란히 가져와 당시 단원고의 모습을 복원했다

구 안산교육지원청 건물과 부지에 총 128억원을 들여 만들어진 민주시민교육원은 본관과 별관 두 개 건물로 이뤄졌다. 전체 연면적은 4840㎡로 별관 건물엔 기억교실과 함께 공감터와 사월홀, 기록실 등이 있다.

 


 

유가족 트라우마 7년 동안 보듬어

★안산온마음센터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운영되어 오던 '경기-안산 통합재난심리지원단'이 같은 해 5월1일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로 정식 개소했다. 7월8일부터는 '안산온마음센터' 명칭을 병용하기 시작했다. 참사 후 7년 가까이 세월호 유가족 등에게 트라우마 치유 및 재난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 지원에서 나아가 재난심리지원 전문 인력 양성, 현장 중심의 재난심리지원 시스템 구축 등에도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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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16 7주기 남은 자의 희망 노래] 피해자 아픔, 국가가 보듬을 공간 만든다 '세월호 참사' 7년 만에 희생을 기억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간이 안산시에 만들어지고 있다.현재 조성 중인 트라우마센터, 기억교실, 추모공원은 단순한 '공간적 의미'를 넘어 참사 의미와 교훈을 일상에서 깨달을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각종 재난과 재해 피해자의 아픔을 국가가 보듬을 '초석'이 다져졌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가 크다.현재 안산시 초지동에 재난 피해자 신체·정신 건강을 원스톱으로 치료할 트라우마 센터가 2023년 완공을 목표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 센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