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공예거리.

“반장, 이런 거 하나 구해와라.” 중학생 시절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나무 막대기 하나를 보여주셨다. “문구점에서 파나요?” “아니, 저기 운동장 근처에 가면 구할 수 있을 거야. 지시봉 달라고 하면 돼.” 야구장 옆에는 크고 작은 목공소들이 줄지어 있었다. 선생님이 원하시던 물건이 목공소 한켠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인천공설운동장 주변이 정리되고 철길과 도로가 확장되면서 목공소들은 짐을 싸서 숭의동 철교 부근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목재의 쓰임새가 줄어들면서 세인의 관심 밖에 있었지만 나무 켜는 소리와 망치 두드리는 소리는 끊임없었다. 드라마 '대장금'의 소품 몇 점을 이곳에서 만들었고 삼미슈퍼스타즈부터 SK와이번스까지 프로야구 방망이도 여기서 깎았다. 7,80년대 명절 때는 바둑판 주문이 밀려와 목공소마다 밤샘 작업하기 일쑤였다. 지금은 신기루가 된 송도국제도시 151층 인천타워의 3m 짜리 모형도 이 동네에서 납품했다.

지난 2012년 독특한 문화자원을 간직한 숭의동 목공예 거리를 되살리기 위해 목공예 마을 조성이 추진되었고 목공예센터와 창작공방이 문을 열었다. 목공소 뒤쪽에는 도로와 철도로 갇힌 오래된 작은 마을이 있다. 목공소 장인들은 날마다 소음과 먼지에 시달린 주민들을 위해 톱과 망치를 들었다. 낡은 문과 창문을 고쳤고 우편함, 의자, 화단 등을 만들었다. 이듬해 이 골목길은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에서 입선했다.

최근 제물포역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는 이곳을 주목하고 있다. 40년 넘는 목공 장인들이 이렇게 모여 있는 거리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물다. 재생센터는 단순한 취미 목공에서 벗어나 도시 건축 창업, 집수리 창업 등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간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담임선생님의 지시봉을 만들었던 장인들의 솜씨를 이어받아 젊은 목공인들이 추신수의 야구 '빠따'도 계속 깎길 소원해 본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