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 아닌 가치와 신념을 구매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이 소비 추세가 됐다. 미닝아웃은 의미를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온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 두 단어가 합쳐진 용어다. 가성비, 가심비 단계를 넘어 이제는 환경이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소비한다. 동물권 등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제품은 돈을 더 내더라도 구매한다. 이 배경에는 엠제트세대(MZ세대)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34%인 이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드러내는 소신 소비, 가치 소비를 한다.

/사진제공=크래프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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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제품 구매

소비자들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착한 소비를 통해 누군가를 돕는다는 느낌이 들어 사회적 기업에서 소비한다고 한다. 내가 힘들게 번 돈이 의미 있게 쓰였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사회적 기업이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이다.

월 2만원 정기 후원으로 1년에 3번 수공예품을 받고 비혼모들을 지속해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인 ‘크래프트 링크’를 비롯해 가치에 의미를 더한 사회적 기업은 여럿 있다.

네이버 해피빈 펀딩에서도 폐페트병으로 신발, 크로스백과 백팩을 생산해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선순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LAR’, 치매 환자들의 미술 작품에 전문 디자이너의 리터칭을 더 한 의류를 판매하는 ‘핔이어(peakyear)’, 펀딩 후원금 전액을 장애인 예술가들의 활동비와 신규 인재 발굴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용하는 ‘스프링샤인’ 등의 사회적 기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무궁화, 목련 등 꽃 모양이 떠오르는 마리몬드 역시 일본군 위안부피해 할머니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되었으며 인권을 위해 행동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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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스타벅스코리아

#동물권

동물권이란 사람이 아닌 동물 역시 하나의 돈의 가치로서, 음식으로서, 옷의 재료로서, 실험 도구로서, 오락을 위한 수단으로서 쓰여서는 안 되며, 동시에 인간과 동일한 하나의 개체로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 광범위하면서 공통적인 견해이다.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과 지구환경 보존을 통한 ‘지속가능’이 핵심 가치가 되면서 식물성 식품의 선호와 소비가 많이 증가했다. 이 추세에 발맞춰 국내·외 식품업계도 주요 사업 전략으로 식물기반 식품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조사 기관인 유니브다코스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식물성 식품 시장은 2020년 28조원 규모에서 오는 2025년 42조 원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신세계푸드 노브랜드 버거는 닭고기 없이 대체육 마이코프로틴으로 만든 노치킨너겟을 출시했다. 이 외에도 삼양식품은 식물성 원료로만 맛을 낸 맛있는 라면 비건을, 풀무원다논은 비건 요거트 식물성 액티비아를, 매일유업은 식물성 원료 아몬드로 만들어진 아몬드브리즈를 앞다퉈 내놨다.

또한 스타벅스 코리아는 달걀과 우유, 버터 없이 식물성 재료로 만든 후식을 선보였다. 진한 초콜릿 퍼지 케이크, 리얼 감자 베이글 등이 있다.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마켓컬리 역시 오는 2030년까지 당사에서 판매하는 모든 식용란을 케이지프리(Cage-Free) 방식으로 키운 동물복지 달걀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케이지프리(Cage-Free)는 사육장 밖에서 자유롭게 놓고 키우는 방식이다.

달걀 껍데기에는 총 10자리로 된 달걀 생산정보가 담겨있는데, 이 중 산란일자(4자리), 생산자 고유번호(5자리), 마지막 숫자는 닭의 사육환경번호이다. 번호는 1~4번까지 있는데 1번은 닭을 풀어서 키우는 사육방식이고 2번은 사육장과 축사를 자유롭게 다니는 평사, 3번은 개선된 사육장(0.075㎡/마리), 4번 기존 일반 사육장(0.05㎡/마리)임을 나타낸다.

국내에도 케이지프리 방식으로 닭을 방사해 키우는 ‘행복한 농장’이 있다. 이곳은 살충제와 항생제, 산란 촉진제를 사용하지 않고 논지엠오(Non-GMO) 친환경 사료를 먹이며 과수원에서 뛰어논 닭들이 자유롭게 알을 낳는 안전한 동물복지 농가이다.

또한 이번 달부터는 서울의 각급 학교에서 한 달에 두 번 채식 식단을 선택해 먹을 수 있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나친 육식 위주 식습관이 기후 위기의 주요한 원인인 만큼 육식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 문화 조성을 위해 ‘그린 급식의 날’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올리브영

#클린 뷰티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은 쓰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착한 소비는 화장품 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6월 건강·미용판매업체 올리브영과 미용 콘텐츠 플랫폼 ‘셀프뷰티’가 여성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7.5%의 응답자는 화장품 브랜드의 가치관과 윤리적 행동에 대해 과거보다 관심이 생겼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올리브영은 착한 성분뿐만 아니라 지구환경과 공존하기 위한 동물보호와 친환경 클린 뷰티 가치를 추구하는 화장품 브랜드에 엠블럼을 부여했다.

그중 하나인 친환경과 동물보호에 가치를 두는 네오팜의 브랜드 티엘스는 동물성 원료 및 인공색소, 인공향료를 배제해 이탈리아의 브이라벨(V-LABEL)로부터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이에 더해 플라스틱 대신 유리 용기를 사용하며 업계 최초로 생분해성 투명 라벨을 적용해 엠블럼을 부여받았다.

/사진제공=페이스북 '플없잘'(플라스틱 없이도 잘산다) 게시글

반면 ‘안녕 난 종이 병이야’라고 적어 친환경 제품으로 마케팅한 이니스프리의 ‘그린티 씨드 세럼 페이퍼 보틀’은 갈라보니 플라스틱 용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공분한 바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boyeo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