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절반은 여성이다. 여자와 남자가 거의 비슷한 비율로 태어난다. 거기에 모든 사람은 어머니에게서 나온다. 그만큼 여성이 갖는 '위대성'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어렵다. 그런데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성들은 무시·비하되어 온 게 사실이다. 지금도 일부에선 이런 현실이 계속돼 안타까움을 안겨준다. 이를 테면, 상당수 여성은 고용 불평등과 경력단절 등을 겪으며 고통스러워 한다.

요즘은 나라마다 여권(女權)을 보호·신장하려고 힘을 쏟는다. 이렇게 된 데엔 교육을 빼놓을 수 없다. 교육이야 말로 여성들을 '리더'로서 꿈을 키우는 노릇을 톡톡히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상·교수·학자·기업인·공직자 등을 배출한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그렇지 않은 여성들의 몫도 아주 크다. 어머니와 주부 등으로서 하는 일은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근대 들어 인천에도 여성교육 바람이 불었다. 남성 위주론 더 이상 사회 개혁에 도달하기 힘들다는 인식에서였다. 그동안 대놓고 교육을 받지 못했던 여성들에게 희망의 싹을 틔웠다. 인천의 여성교육 효시는 영화학당으로 전해진다. 한국 최초의 근대식 초등교육기관으로 알려진 영화학당은 1892년 8월 내리교회 안에 설립돼 여자 아이들을 가르쳤다. 이화학당 음악교사이던 마거릿 벤젤(미국 선교사 존스 부인)이 인천에 정착해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학당 이후 인천에선 국내 공립 여자고등학교 중 경기여고에 이어 두 번째로 1908년 4월 인천여고가 개교했다. 서구문물이 급속히 유입되던 때, 중구 전동 전환국 자리에서 첫 발을 내디뎠다. 여성 교육의 전당으로 중추적 역할을 하며 '명문 여고' 위상을 떨쳤다. 1998년 9월 연수3동으로 이전해 제2의 역사를 만든다. 이뿐만이겠는가. 오늘도 인천의 공사립 여학교들이 저마다 이념과 철학을 내세워 미래 여성 지도자를 기르는 데 열중한다.

이 가운데 인일여자고등학교를 제쳐둘 수는 없겠다. 각 분야에서 활약 중인 여성 지도자를 많이 배출한 인천 여성교육의 산실이다. 그런 인일여고가 지난 7일 개교 60주년을 맞았다. 1961년 인천여중과 함께 문을 열어 인천 대표 명문 학교로 이름을 알렸다. 중구 전동에서 쭉 한자리를 지키며 여성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동문만 2만7700여명에 이른다. 인일여고는 60주년을 맞아 60년사 발간을 비롯해 심폐소생교육관과 교내 동산 조성 등 시대에 걸맞은 다채로운 기념사업을 마련했다. 전통의 지역 명문으로서 위상을 다지는 자리였다.

수많은 인천 여성이 '역사 속 발자취'를 남겼고, 또 남길 준비를 한다. 있는 그대로 인천 여성의 역사를 기록·평가하고 널리 알리는 작업이 새삼스러워지는 때다. 이젠 인천지역 여성들이 펼쳐온 의미를 되새기며 '기관'을 하나 설립해 이들을 기렸으면 싶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