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규홍 총장, 개정 약속 3년째 안 지켜…8월 임기 끝나 불가능
26~30일 후보 접수…“선임 전 공청회, 소기의 성과 반영 기대”
한신대학교. /사진출처=한신대 홈페이지
한신대학교. /사진출처=한신대 홈페이지

한국 진보사학의 대표 주자인 한신대학교의 총장직선제 도입이 또다시 무산되면서 현 총장과 학생 간의 약속도 백지로 돌아갔다.

다만, 한신대 법인 이사회가 총장 선임 전 학교 구성원 모두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마련하며 학교 내부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는 말이 나온다.

5일 한신대학교와 학교법인 한신학원 등에 따르면 한신학원 이사회는 지난달 29일 '2020년 회계연도 제12차 이사회'를 열고 신임총장 선임 절차와 일정을 의결했다.

한신학원은 올해 8월 임기가 마무리되는 연규홍 한신대 총장에 이어 제8대 한신대 총장을 맡을 후보자를 이달 26일부터 30일까지 신청받기로 했다.

이후 서류 심사 등을 거쳐 다음 달 17일 학교 구성원 모두로부터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 등이 도입을 요구했던 총장직선제 도입은 이번에도 무산됐다.

총장직선제 도입을 위해서는 정관을 변경해야 하는데,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신대는 지난 2015년 12월 채수일 전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임하자 내부 구성원 간 의견 갈등을 겪었다. 총학생회와 교수협의회 등은 민주적인 절차 도입을 위해 총장직선제를 요구했다.

2017년 9월 이사회가 연규홍 총장을 선임한 후에도 학생들은 총장실을 봉쇄하고 단식 농성에 들어가는 등 반발했다.

연 총장은 총학생회와 ▲4자 협의회가 정한 절차에 따른 총장 신임평가 실시 ▲총장 선출 규정 개정 등을 합의하며 갈등을 봉합했다.

이중 총장 선출 규정 개정에 대해서는 총장직선제로의 전환을 의미했다.

그러나 3년여가 지나도록 학교 측은 신임평가를 하지 않았고 총장 선출 규정 개정도 하지 않았다. 총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올해 2월에야 학교에서 25년 이상 일한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 특위를 구성해 한 차례 논의했을 뿐이다.

학교 구성원 사이에서는 연 총장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한신대학교 한 구성원은 “연규홍 총장이 약속한 것 중 지켜진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도 변명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연임을 시도한다면 염치도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사회는 그간 정관 개정 등이 검토되지 않아 총장직선제로의 전환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신학원 법인 이사회 관계자는 “총장직선제를 도입하려면 이사회에서 정관을 변경한 뒤 기독교장로회 총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현재로써는 도입이 불가능하다”며 “다만 완벽히 공개된 공청회를 통해 학교 구성원의 공감대를 얻어 총장을 선임하고자 한다. 공청회에서는 총장 후보자 개개인에 대한 검증과 찬반을 표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신대 교수협 관계자는 “총장직선제를 도입하지는 못했지만, 공청회 절차가 생긴 것도 큰 성과 중 하나라 본다.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이사회에서 존중해 직선제와 유사한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최선은 아닐지 몰라도 차선은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학교 측은 이사회가 한신대의 총장 선출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면서도 “한신대는 교수협 등의 추천을 받아 이사회가 총장을 임명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수협 의장이 없는 등 후보자 추천이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총장을 임명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