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통찰 담아 응축된 언어로
해악·유유자적한 표현 구사
▲ 당신이 필요하다, 류병구 지음, 다할미디어, 142쪽, 1만2000원
▲ 당신이 필요하다, 류병구 지음, 다할미디어, 142쪽, 1만2000원

 

도도하던 여름이 한순간 휘청거렸다

한 이틀,

모기의 속눈썹에 붙은 찬 이슬을 봤다는

소문이 좍 돌았다

삐뚤어진 입술의 통증도 견디기 어려웠을까

(72쪽, 모기 속눈썹에 이슬이 맺히다니 中)

 

류병구 작가의 시에는 장광설도,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사설도 보이지 않는다. 시어는 극도로 압축, 절제되어 있고 군더더기를 철저히 배제한 언어의 응축이 거기에 있다.

존재와 사물에 대한 냉기, 혐오, 권태 같은 부정적인 느낌 대신 아름다운 들녘을 산책하며 가슴 가득 차오르는 신선한 즐거움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다소 침잠하는 듯한 지루한 전개가 불가피한 경우 돌연 '해학'과 '능청'을 끌어들여 역동적 현실로 전환하는 탁월한 기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세월의 연륜과 삶에 대한 걸쭉한 통찰이 없으면 감히 쓰지 못할 유유자적한 표현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번이 네 번째 시집인 류병구 작가는 1940년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 중·고등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불문학,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석·박사과정에서 유교 철학을 공부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을 거쳐 가천대학교에서 윤리학을 가르치고 정년퇴임 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