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한 쌍이 최근 부평구청 청사 간판에 둥지를 틀었다. 매과에 속하는 황조롱이는 도시에 사는 우리들도 가끔씩 접하는 낯설지 않은 새다. 그러나 통상 건물의 옥상이나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목격되는 이 친구가 공교롭게도 관공서의 새 형상을 한 간판과 벽 사이의 공간에 자리를 잡으며 여러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황조롱이가 부평구청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세 가지로 추측된다. 8층 높이의 둥지는 뱀 등의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할 수 있고, 스스로 둥지를 짓지 못하는 황조롱이에게 때마침 까치가 남긴 둥지가 있었다는 점, 그리고 구청 바로 앞에 흐르는 굴포천은 두더지나 쥐, 작은 조류를 먹는 황조롱이가 다양한 먹이를 구하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다.

부평의 중심을 지나는 굴포천은 인천의 대표 하천이자 경기도 부천시와 김포시, 서울시 강서구를 지나 한강으로 빠져나가는 서부 수도권의 대표 하천이다. 하지만 과거 도시가 급격히 발전하고 산업화를 거치며 물고기가 죽거나 악취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1990년대를 거치며 발원지인 인천가족공원에서부터 부평구청 앞까지를 콘크리트로 덮었고, 현재까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 후 아낙들의 빨래터이자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굴포천, 그리고 1960년대 미군부대 '애스컴 시티'와 함께 대중음악의 선율을 흘려보낸 굴포천의 옛 모습도 역사와 함께 묻혔다.

올해는 20여년이 넘게 콘크리트로 덮여있던 굴포천을 다시 세상으로 이끌어내는 굴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가시화되는 해다. 굴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에서부터 부평구청까지 1.2km 복개 구간의 콘크리트를 철거하고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이다. 총 743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생태하천 복원구간에는 생태관찰탐방로와 수변쉼터, 징검다리, 전망 테라스, 워터 스크린 등이 만들어진다. 물이 잠긴 곳에는 노랑꽃창포와 부들이, 물가에는 갈대와 물억새, 갯버들, 금계국 등이 하늘거리고 수변 끝 쪽에는 이팝나무와 왕벚나무 등이 그늘을 만들어줄 것이다. 아이들은 물길을 따라 학교를 오가며 삶 속에서 생태를 관찰하고, 주민들이 산책하는 동네는 자연 힐링 공간으로 탈바꿈된다.

아울러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 인근에는 주민참여마당인 문화광장도 조성할 예정이다. 이곳은 올해 초 정부로부터 선정된 문화도시 사업과 연계해 주민들에게 '일상이 문화가 되는 삶'을 선물하는 공간이 된다.

부평구 도시재생사업인 '지속가능 부평11번가' 사업과도 상승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평11번가는 총 10개의 단위사업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 굴포하늘길, 굴포문화누림터, 굴포보행인프라 조성 등은 굴포천을 더욱 찾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 것이다.

굴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단순히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사업이 아니다. 생명과 역사, 문화의 물길을 다시 흐르게 하는 부평 도시재창조의 핵심 프로젝트다.

황조롱이 부부의 짝짓기가 끝나면 조만간 부평구청은 새로운 생명을 품은 보금자리가 된다. 어미가 알을 품은 지 약 한 달이 지나면 새끼는 깨어나고 부평구청을 찾는 주민들은 어린 황조롱이의 인사를 받게 될 것이다.

지난해 말 부평 미군기지 개방 소식에 이어 올해 초 국가 지정 문화도시 선정, 그리고 이번 황조롱이 부부의 부평구청 보금자리까지 2021년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도심 속 새로운 물길을 통해 구민들이 보다 행복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한 걸음 한 걸음 최선을 다하겠다.

 

/차준택 인천 부평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