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관광산업이 받은 충격은 실로 엄청났다. 2019년 대비 2020년의 세계 관광객 수는 14억 6000만명에서 72%, 관광수입도 1조5000억달러에서 1조1000억달러 감소하여 30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1억80만개의 관광 일자리가 사라지고, 총 3291조원의 손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한편, 국내 방한 관광객은 2019년 역대 최대치인 1750만명에서 252만명으로 85.6%가 감소했는데 그나마 코로나19 본격화 이전인 1~2월의 196만명을 포함한 수치다. 1988년도 234만명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항공여객의 경우에도 3940만명으로 2000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작년 국제관광수입은 약 21조5000억원이 감소하였고, 관광업계의 피해 규모는 약 16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뉴욕타임즈의 토마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나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시기를 구분지을 정도의 강력한 충격을 주었다는 건데, 어쩌면 지금은 'With 코로나 시대'라는 상황을 인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관광과 관련하여 코로나19 이후의 거시환경 변화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코로나19 발생을 계기로 지속 가능한 삶과 경제발전을 위해 자연과 공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둘째, 중국의 급부상에 따라, 미국 중심의 체제가 흔들리면서 지구촌이 심각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고, '세계화'의 퇴조와 자국우선주의, 국가간 지역간 계층간 소득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세째,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과 전 산업의 IT산업 중심 재편과 함께 '포노사피엔스'의 핵심인 밀레니얼과 Z세대가 경제 및 사회의 중심으로 등장하면서 사회 현상도 상당한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네째, 국내적으로 보면 저출산 고령화와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여가시간 증가, 워라밸 인식 확산으로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뿐 아니라 문화적 양태의 변화 흐름도 빨라지고 있다.

'낯선 설렘'이 '낯선 불안'이 되는 시대…

관광과 여행도 당분간은 백약이 무효일 가능성이 크지만, 관광의 핵심인 숙박·식사·이동·활동 등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보건과 관계 깊은 식문화와 숙박문화 등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또한 몇 년 전부터 진행되어온 근거리·단기간·저비용 여행의 일상화 현상이 더욱 급물살을 탈 것이다. 접촉을 피해 집콕하거나 개인 중심의 활동과 공간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여 기존 관광지는 과거의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자주-간단히-근거리 여행이 대세지만, 장기 거주형 여행 등 양극화의 가능성도 있다. 모든 것을 직접 챙겨가는 여행의 DIY(Do It Yourself)화와 함께 캠핑과 차박, 걷기, 자전거 등 코로나를 피해 자연풍광과 함께 건강도 챙길 수 있는 경향이 더욱 커질 것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ESG(환경, 사회적 책임, 거버넌스)라는 단어가 큰 화두가 되고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해 환경과 사회적 책임의 문제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관광산업도 ICT 산업의 발전과 기후위기와 함께 디지털 마케팅, 융복합 관광, 안전과 위생, 공정, 생태, 오버투어리즘, 사회적 책임 등의 문제에서 기존의 관행에 더 이상 머무를 수는 없게 되었다. 이러한 거대한 흐름에 관광업계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가 왔다. 변해야 살아남는다.

 

/민경석 세종대 겸임교수·전 한국관광공사 국민관광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