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를 대표하는 상공회의소에 코로나 팬데믹 속 혁신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는 24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을 앞두고 있는 최태원(61) SK그룹 회장과 지난 15일 인천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한 심재선(65) 공성운수 대표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서울상의 회장에 선출되면서 관례상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게 된다.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는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대한상의는 현 정부들어 국내 최대 경제단체의 위상을 갖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국정농단 사건으로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는 사이 대한상의가 대표 경제단체로서 입지를 다진 것이다.

재계는 대한상의의 높아진 위상과 함께 최 회장의 영향력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강조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외연을 재계 전반으로 확대하고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최 회장의 서울상의 회장 취임과 함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 국내 정보기술(IT) 1세대 창업가들이 서울상의 부회장단에 대거 합류했고 대한상의도 최태원 회장 취임을 앞두고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

기업들의 요구를 반영해 조세정책팀, 회원소통팀을 신설하고 40대 팀장을 대거 발탁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 특징이다. 조세정책팀은 정부와 여당의 기업 증세에 대응할 계획이다. 회원소통팀은 회원사들 간 원활한 의사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

오랜만에 치러진 회장 경선에서 제24대 회장으로 취임한 심재선 인천상의 회장의 행보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24대 임원진에는 부회장단에 최윤석 SK인천석유화학(주) 대표이사와 김기영 대한제당(주) 대표이사, 최종 한국지엠(주) 부사장, 김정기 동서식품(주) 공장장, 조상범 인성개발(주) 대표이사, 문완진 일주건설(주) 대표이사 등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제23대 부회장단에 비해 대기업의 참여 폭이 넓어졌고, 평균 연령도 다소 낮아졌다는 평가다. 인천상의 상근부회장은 박인서 전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이 맡았다. 인천상의를 새롭게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심 회장은 취임 첫 날 김재식(59) 국제통상실장을 인천상의 사무국장에 임명했다. 인천상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김재식 사무국장은 인천상의 김광식 전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이강신 전 회장이 마무리한 강화산업단지 조성을 실무적으로 잘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원사의 이탈과 신규 회원사의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침체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인천상의에서 혁신과 변화의 바람이 기대되는 이유다. 스타급 IT 대기업 오너나 40대 중심의 인적구성은 어렵겠지만 한정된 자원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혁신과 변화의 바람은 앞으로 인천상의의 역할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심 회장은 인천상의 경선과 취임 인터뷰를 통해 가칭 '인천국제공항발전협의회'를 만들어 인천공항경제권 형성과 인천상의의 외연 확장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인천항발전협의회를 발족하고 인천상의 남동시대를 개척했던 고 이수영 전 인천상의 회장의 개척자 정신을 이어 받아 인천국제공항발전협의회를 만들고 인천상의 송도시대를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다.

물류업계를 상징하는 심 회장이 인천항발전협의회를 통해 인천항이 지역경제 발전을 견인하였듯이 인천국제공항경제권 형성을 통한 인천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발전협의회 설립을 주도하겠다는 선언이 반가운 이유다. 심 회장이 밝혔던 것처럼 인천대교와 영종대교로 연결돼 있지만 물리적 거리보다 심리적 거리가 멀었던 인천지역과 인천공항의 거리도 좁히고 인천상의의 외연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인천상의 회장이 당연직으로 인천항발전협의회와 인천공항발전협의회 공동 대표를 맡고 인천상의 부회장단에서 공항과 항만을 담당하는 부회장을 각각 선임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또 바이오와 반도체 부문 부회장 선임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인천지역 물류업계의 상징적 행사인 인천물류인의 밤 행사를 짝수년과 홀수년으로 나눠 인천항과 인천공항에서 격년제로 진행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김칭우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