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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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고액 알바’로 위장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했다가 사기방조 혐의로 처벌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아무리 범죄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면 유죄 판결을 받기 때문에 구직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말,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 활동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재판 내내 합법적인 대부업체에서 수금 업무를 맡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통상적인 취업 절차와 달리 면접도 보지 않고 채용된 점 △수당이 과도하게 많은 점 △고용주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고도 일한 점 등을 고려해 A씨가 사기 범죄에 대해 미필적으로 인식했을 것이라 보았다.

유명한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 ‘고액 보장’ 일자리를 구한 B씨 또한 실형을 면치 못했다. B씨는 금융감독원 직원인 척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1천 200만원을 가로채는 등, 총 10여 명으로부터 2억 5천여만원을 받아내 이를 사기 조직에 송금했다가 붙잡혔다. 결국 B씨는 징역 2년에 처해졌다.

법무법인YK 신은규 형사전문변호사(법무법인YK 제공)
법무법인YK 신은규 형사전문변호사(법무법인YK 제공)

법무법인YK 신은규 형사전문변호사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다수의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손해를 야기하며 주범의 검거가 용이하지 않아 피해회복도 어려운 편이다. 때문에 관계 당국은 이러한 보이스피싱을 근절하기 위하여 단순 가담자나 동조자라 하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 있다. 단순히 가담했다 하더라도 사기방조 등 혐의를 적용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이스피싱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달부터 사기범죄에 대한 특별 단속을 추진하며 보이스피싱 조직원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다양한 사기 행각 중 전화금융 사기의 경우, 범행의 숙주 역할을 맡은 일명 ‘콜센터’에 대한 추적 수사를 벌여 총책을 검거하여 사기 및 범죄단체조직죄 등을 적용하며 일선 경찰서의 지능팀과 경제팀, 강력팀을 총동원해 현금 수거책과 인출책 등 단순 가담자도 모두 체포하며 조직 박멸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심부름꾼 역할을 하다가 검거된다면 사기방조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 아무리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게 된 경로나 그 내용,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안내 받은 내용 또는 범죄에 사용한 계좌가 누구의 것인지, 혹은 자신의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요구했는지, 신원을 숨기려고 노력한 흔적이 있는지, 가담한 범행의 횟수와 피해액, 수수료 및 수고비의 수준, 자수 여부 등 매우 다양한 요소를 살펴보고 사기방조의 성립 여부는 처벌 수위를 정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신은규 형사전문변호사는 “그나마 최근 재판부가 기계적인 판결 대신 사건의 실체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억울하게 처벌되는 일을 줄이려 하고 있다. 따라서 사기방조 등의 문제에 연루되었다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변론을 포기하기 보다는 숙련된 변호인의 조력을 구해 자신의 입장을 성실하게 대변해 나가기 바란다”고 전했다.

 

/김도현 기자 digit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