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성공단 폐쇄 5년을 맞아 우리 입주기업들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입장문과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을 드린 바 있다. 5년 전 개성공단의 전격적인 폐쇄조치는 대북제재 때문이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즉흥적, 독단적 결정에 의해 이해당사자인 기업들에게 사전예고조차 없이 위법하게 강제된 정치적 행위였다.

개성공단이 대북제재에 묶인 것은 전적으로 우리 정부 책임이다. 북한이 처음 핵실험을 한 2006년 9월 이후 2016년 1월 4차 핵실험 때까지 미국과 유엔은 강력한 제재를 가했고 또 여러 차례의 탄도미사일 발사 때마다 추가 제재가 가해졌지만 개성공단은 예외로 간주되었다. 국제사회도 개성공단을 민족 내부 경협사업으로 인정하고 존중해 주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을 2016년 4차 핵실험을 했다 하여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돌발적 의사결정에 의해 전격 중단시키고 결국 국제제재의 틀 속으로 끌려들어간 자살골인 셈이었다. 그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북한에 제재를 가해야 주변국들을 대북제재에 동참시킬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선제적으로 우리 정부가 대북제재를 하여 주변국이 호응한 것인데 우리가 슬그머니 공단 재개를 하면 주변국의 원망을 들을 수 있기에 개성공단을 재개하기가 어렵다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이다.

우리는 북한투자가 두렵고 불안했지만 “50년간의 자율적인 기업경영과 공단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하고 전적인 책임을 정부가 지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허허벌판이던 개성에 공장을 세웠다. 이전 정부의 개성기업에 대한 낙동강 오리알 취급에도 남북평화와 공동번영의 초석을 깔고 있다는 나름의 소명의식으로 동트는 통일로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0여 년을 오간 것이다.

그렇게 5년이라는 세월과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되었지만 공단 재개는 기약 없고 남북교류 협력은 모두 중단된 채 우리 기업들은 절망적인 상황에 허덕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하나둘 쓰러져 가고 있지만 재개 모색은 오간데 없고 개성공단은 잊혀진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정부 정책 변경으로 발생한 국민의 재산권 제한손실에 대해 헌법 23조는 법률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보상법률이 없어서 정부는 보상하지 못한다고 했다.

5년 동안 우리는 하루하루, 해를 거듭하면서 힘겹게 버티며 참고 기다려 왔다. 2018년 4_27 판문점선언과 북미정상회담, 9_19 평양선언을 지켜보면서 곧 개성공단이 재개될 희망에 가슴 벅차기도 했지만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이제 우리 정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부가 개성공단 재개를 즉각 선언하고 미국과 국제사회를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지리멸렬한 상황에 빠진 기업에게 실질적으로 공단이 재가동할 때까지 생존할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과 보장 약속을 믿고 투자한 기업에게 정부는 마땅히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잠자고 있는 남북협력기금으로 정부가 개성공단 자산을 인수하고 재가동되면 기업으로부터 환원하는 방법도 이미 검토한 바 있다. 재가동의 의지만 있다면 이 방법이 기업도 보호하고 북측에 보내는 긍정적인 시그널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정부가 미국의 지나친 관여때문에 자주적으로 개성공단 재개 선언조차 하지 못한다면 이제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개성공단의 청산을 요구한다. 정부는 개성공단을 청산하고 개성공단기업 피해보상을 위한 특별법을 정부입법으로 제정해야 한다. 통일부도 원론적인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남북대화가 복원되는 가운데 개성공단 재개를 논의할 수 있는 날이 조속히 오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 희망고문으로 5년을 버텨 왔는데 이제는 대통령께서 직접 응답하셔야 한다.

대통령님! 개성공단 재개의 희망을 포기하기 전, 정부의 확고한 재개 의지를 여쭙고 싶습니다. 이제는 희망을 접고 공단의 청산, 정당한 보상을 요구해야 하는지 아니면 정부를 믿고 인고의 세월을 더 견디고 버텨야 하는지 대통령님께서 직접 응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한용 (주)신한물산 대표이사·인하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