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흥시에서 일어난 시흥시의원 20대 자녀의 광명시흥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이 시의원의 자녀는 돈 한푼 없이 광명시흥 3기 신도시가 들어서는 과림동 임야 111㎡를 샀다. 당시 매매거래가는 1억원이었는데, 매입 과정에서 제2금융권인 부천시흥원예농협조합으로부터 96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곳 조합장은 시흥시의원 3선을 지낸 인물이고, 대출받은 사람은 현직 시흥시의원의 자녀다.

이는 매매가 기준 96%를 담보대출 받은 것이다. 이 땅 전체 공시가(76만7800원·㎡당) 8552만5800원보다 1047만4200원이나 많은 돈을 빌려준 셈이다.

또 현직 시의원 자녀는 6개월 후인 2019년 3월29일 2층 규모의 건축물을 지어 시흥시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6일 후인 2019년 4월5일 용도가 임야에서 대지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2차 담보대출을 받았다. 이때도 9600만원을 대출받아 모두 1억9200만원을 조합으로부터 빌렸다. 결국 그는 돈 한푼 없는 상황에서 땅을 매입하고 건축물을 올린 것이다.

현재 토지를 포함한 건축물의 감정가는 2억6000만원이지만, 현 시세는 3억원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내용을 취재하면서 시흥시의원 자녀는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쫓는 청년들과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을 돌면서, 취재 중 만난 청년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중 한 청년은 전셋집을 구하기까지 힘겨운 과정을 기자에게 말했다. 그는 월급의 20%를 차지하는 월세를 줄이기 위해 전셋집을 알아봤다. 살기 좋은 집이다 싶으면 보증금만 1억원이 넘었다. 부동산 중개소 수십곳을 돌아다니면서 조금이나마 더 값싼 곳을 찾아 헤맬 만큼 값싼 전셋집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눈높이를 줄이고 줄여 20년 정도된 9평짜리 원룸을 찾았다. 문제는 전세자금 대출이 가능한지였다. 다행스럽게도 불법 건축, 적은 융자 등으로 대출이 가능한 원룸이었다.

이를 확인하고 은행을 찾았다. 조마조마했다. 신용도 등으로 대출이 불가능하면 어쩌나, 대출비율이 낮게 나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해 마련한 돈으로 전셋값을 충당하기 위해선 매매거래가의 80% 정도가 나와야 입주가 가능했다. 그렇게 대출 신청을 하고 마음을 졸이며 수일을 기다렸다. '적격'. 수천만원을 대출받아 9평 남짓한 전세방을 구할 수 있었다. 다만 전세자금 대출로 빚은 불면서 신용도가 낮아졌고, 통장 잔고도 현저히 줄었다.

최근 시흥시의원을 비롯해 LH 직원, 공무원까지 신도시 개발 사전 정보를 이용해 땅을 사들였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이 얻을 시세차익만 해도 수억원을 넘는다.

국민 대다수는 '내 집 마련'이라는 멀기만 한 꿈을 좇고 있고, 또 청년들은 전세방이라도 구할 수 있다는 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상황에 투기에 나섰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시민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철저한 진상조사로 단 한명이라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벌을 내려야 한다.

 

/이경훈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