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공유학교에서 필자의 고민은 “자식을 반듯하게 키우는 방법이 뭘까?”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다. 부모의 자식교육에 대한 방법은 다르지만, 목적은 '자신보다 훌륭한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그리하여 때때로 우리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들에게 대물림시키는 부모를 발견하게 된다.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크게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집착하여 자식이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도록 강요하는 부모가 많다. 지구촌을 변화시키는 수많은 변수와 빠른 변화 속도 때문에 미래 예측이 불가능한 사회에 살고 있음에도 부모들은 자식 교육에 변화가 절실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동_식물의 삶 관찰과 연구를 통해 새와 침팬지의 새끼 교육 방법을 소개했다. 어미 새는 새끼 새가 날아오르는 연습을 할 때 간섭하지 않고, 그저 주변을 날아다니며 시범을 보일 뿐이다. 그러면 새끼 새는 그 모습을 따라 도전한다. 거듭되는 실패에도 또 다시 날아오르며 새끼 새들은 자신만의 세상을 펼친다.

어미 침팬지는 견과류를 깨 먹을 때 돌로 쳐서 깨는 모습을 새끼에게 보여주고 새끼 침팬지는 서투르지만 천천히 어미를 따라 한다. 어미 침팬지는 새끼를 질책하지 않고, 견과류를 대신 깨주지도 않는다. 묵묵히 지켜보면서 함께할 뿐이다.

동물이 새끼를 교육하는 지혜를 부모가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는 자식이 스스로 터득해야 할 고통이라는 자산을 부모가 가로챔으로써 회복탄력성이라는 DNA를 약화시키는 우를 범한다. 자식들이 실패를 통한 성공의 기쁨을 맛보면서 성장하도록 지켜봐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102세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부모의 자식 교육은 자식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고, 자식의 자유를 사랑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자식에게 자유를 주는 첫 번째 방법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이 선택해야만 책임감을 느끼며, 성취를 통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자식 사랑은 자유와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식을 사랑한다면서 자유와 선택권을 제한한다. 자식에 대한 진정한 사랑은 자식이 스스로 선택한 길 위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필자가 2020년 초보 농부로 무 씨앗 1500여 개를 파종했지만 2주가 지나도 단 한 개의 새싹도 나오지 않았다. 농부의 조언을 받아 텃밭에 고랑을 일구어 비닐을 덮고 씨앗을 정성스럽게 심었는데도 말이다. 무 농사에 성공한 밭을 벤치마킹하여 씨앗을 다시 파종했더니 며칠 후 새싹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실패의 경험은 혹독했지만, 무 씨앗 파종 교훈을 얻었다. 농부의 자식은 농작물이다. 무 농사를 잘 지어보겠다는 욕심이 과잉보호를 하게 했고 결과는 모든 씨앗의 생명을 앗아갔다.

자식의 고유한 자유와 선택권을 부모가 대신하면 독립을 막아 평생 동안 양육의 의무를 지게 될 것이다. 나는 지혜로운 부모인가? 오늘도 성찰해 본다.

 

/안종진 지혜공유학교 꿈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