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박사 학위자 선호 연구직 구인, 부산의 절반 수준
대학이 새로운 학문 전달할수록 지역 기업과 멀어져
“청년들은 일할 곳이 없어 고생이고, 중소기업들은 온다는 청년들이 없어 고생이다.”
만성화로 자리 잡은 인력 수요·공급 간 '미스매치'를 한 줄로 설명한다면 이 정도 의미다. 미스매치 현상은 사회 진출이 절실한 청년층과 인력난에 허덕이는 기업 모두를 괴롭히는 '절대 악'이다.
하지만 청년과 중소기업계는 '절대 악'을 물리치기 위해 손을 잡지 않는다. 서로의 요구 조건 속에서 접점을 찾는 데 실패해 협상은 매년 결렬이다.
인천 역시 청년과 기업이 서로 손을 잡지 않으면서 청년들은 외부 기업 일자리를 쫓고, 기업들은 중·노년, 외국인 노동자들로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인천지역 청년들과 중소기업들은 서로에게 원하는 바가 애초부터 너무 다르다.
▲청년들은 사무직을 원하는데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워크넷의 통계연보를 토대로 분석해 보면, 취업 준비 중인 20·30 세대들 10명 중 3명 이상은 '경영·행정·사무직'을 희망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각 지방노동관서에 구직자로 등록한 전국 20~30대 168만8865명 중 33.8%인 57만0763명은 '경영·행정·사무직'을 신청했다. 40대만 하더라도 전체 구직자에서 '경영·행정·사무직' 비중은 26.7%로 떨어진다.
중소기업이 중심인 인천 산업계에선 '경영·행정·사무직' 인력을 그렇게 많이 찾는 분위기는 아니다.
같은 해 인천 전 산업에서 11만1260명 정도 일할 사람을 찾는 와중에 '경영·행정·사무직' 분야 인원은 12.5%(1만3938명)에 불과했다. 근처 서울은 전체 구인 26만6803명에서 '경영·행정·사무직' 몸집이 17.8%(4만7580명)다. 인천과 서울은 비율로 5.3%p 차이지만 사람 수로 따지면 세 배가 넘는 숫자다.
반대로, 인천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구직자 26만8410명 중 '경영·행정·사무직' 희망자는 21.2%인 5만7036명이다. 인천지역 인력 수요·공급 구조 중 '경영·행정·사무직'에선 4만3098명 미스매치가 발생한 셈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해당 직종 희망자는 주로 20~30대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구직자가 4만3098명 더 많은 인천지역 '경영·행정·사무직' 미스매치에서 청년들 고충이 대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제조 연구개발직 자리도 몇 없는 제조업 백화점
인천베이비붐 세대들이 대학에서 깊이 공부할수록 지역 내 취업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인천에선 학사는 물론이고 석사, 박사 학위자들이 선호하는 연구직이나 연구개발직, 공학기술직 등의 구인이 부산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대졸자들 성에 찰만한 일자리가 그만큼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천베이비붐 세대들 취업이 한창이던 2019년 워크넷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연구직이나 연구개발직, 공학기술직 등이 명시된 직종은 모두 5개 정도다. '인문·사회과학 연구직'부터 '정보통신 연구개발직 및 공학기술직', '제조 연구개발직 및 공학기술직' 등이 대상이다. 워크넷을 운영하는 한국고용정보원은 국내 일자리를 모두 34개 직종으로 구분한다.
2019년 한 해 동안 인천 기업 가운데 연구개발과 공학기술직 관련 5개 직종 구인은 모두 4705명이 전부였다. 같은 기간 서울은 1만6229명, 인천과 비슷한 경제 수준인 부산은 8029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인천 산업계에선 연구, 기술직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뒤떨어지는 모습이다.
이와는 상관없이 연구직이나 연구개발직, 공학기술직 5개 직종에서 인천지역 구직자는 1만5960명이다.
인천지역 전체 구인에서 차지하는 몫이 34.6%나 되는 '제조업'에서도 고급 인력 유입 효과가 미미하다. '제조 연구개발직 및 공학기술직' 구인 인원이 2942명에 그친 게 대표적인 예다.
익명을 요청한 인천 한 대학 취업 담당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대학이 기술 혁신을 쫓으며 학생들에게 새로운 학문을 전달할수록 지역 기업과 멀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교육과 마찬가지로 지역 산업 역시 동반 성장해야 어느 정도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며 “현재 인천 대학들 취업률이 전국에서 최상위권이지만 서울과 경기 경제계가 없었으면 이루기 힘들었을 일”이라고 말했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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