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참변 후 위기아동 전수조사
남매, 5년전 보육시설 입소 이력
발굴대상서 제외 무관심 속 방치
양육지도 체계 구축 필요성 제기

경찰, 긴급체포 부모에 구속영장
계부 “훈육 목적 체벌한 적 있어”
지난 2일 몸 곳곳에 멍이 든 채 숨진 A(8)양이 거주하던 인천시 중구 빌라 전경. 경찰은 3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양의 20대 부모를 긴급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몸 곳곳에 멍이 든 채 숨진 A(8)양이 거주하던 인천시 중구 빌라 전경. 경찰은 3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양의 20대 부모를 긴급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기 아동은 우리 주위에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는 '인천 초등학생 형제 화재사고' 교훈은 최근 온몸에 멍이 든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8살 여아(인천일보 3월4일자 1면)에게 적용되지 않았다.

해당 아동은 불과 몇 년 전 다른 지역 아동복지시설에 입소한 이력이 있었음에도, 지난해 하반기 인천시의 위기 아동 발굴을 위한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인천경찰청과 중구에 따르면 지난 2일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 한 가정집에서 숨진 A(8)양과 오빠(9)는 2016년 3월 경기 수원 보육시설 '경동원'에 입소했다. 당시 A양은 3세, 오빠는 4세일 때였다.

경찰은 A양 남매 친부모가 관할 지자체인 수원시에 도움을 요청해 남매를 보육시설에 입소시킨 것으로 파악했다.

정현옥 여성청소년수사대장은 “A양 남매 부모가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며 “이후 A양 외할아버지가 아이들을 키우겠다고 해서 퇴소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A양 남매는 이 시설에서 2년 가까이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남편과 헤어진 친모 B(28)씨는 2017년 7월 현 남편 C(27)씨와 재혼했다.

2018년 1월 인천으로 이사온 B씨 부부는 계양구 계산동과 서구 마전동을 거쳐 2019년 7월 중구 운남동으로 전입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달 2일 자택에서 딸 A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상태다.

계부 C씨는 전날 경찰 조사에서 “지난해 11월부터 딸이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훈육 목적으로 체벌한 사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 시의 위기 아동 발굴을 위한 전수조사 대상에 이 가정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는 같은 해 9월 미추홀구에서 친모가 집을 비운 사이 발생한 화재로 초등학생 형제가 참변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자, 한 달간 지역 아동 1만5542명을 대상으로 인천시교육청·경찰과 함께 긴급 현장 조사를 벌였다.

당시 A양은 이 명단에 오르지 못했고, 이 조사로 취약계층 아동·보호자 454명이 발굴됐다.

이에 대해 중구 관계자는 “당시 A양이 한부모 가정 자녀이거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사례가 아니어서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A양이 다른 지역 보육시설에서 2년 가까이 생활한 이력도 해당 지자체에 넘어오지 않았다.

아울러 A양 남매가 지난해 5월부터 한 번도 등교를 하지 못한 채 방치됐지만 시교육청 측은 코로나19 사태로 유사 사례들이 많아서 위기 가정으로 의심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양육 지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최근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 대부분이 어린 부모들에 의한 것”이라며 “이런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양육 지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경제적 여건을 갖출 수 있도록 기술적 교육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경찰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한 B씨 부부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범준·이아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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