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가운데 지자체들의 '공공성 실현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감염병 사태가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면서 소상공인 경영과 취약계층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 연수구가 공공성 강화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감염 취약계층을 보듬기 위해 공공마스크 생산시설을 짓고 소상공인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공배달앱을 도입한 것이다. 이른바 '착한 행정'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전국 최초 공공마스크 생산

연수구는 올 2월 보건용 공공마스크 제조시설을 갖추고 본격적인 마스크 생산에 돌입했다.

공공마스크 생산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외품 제조업 허가와 KF94 마스크 제조·판매 품목 허가를 받았다.

KF는 코리아 필터(Korea Filter) 약자로, 식약처가 보건용 마스크 성능을 인증하는 마크다.

지자체의 공공마스크 공급 체계 구축은 국내 최초 사례로, 구는 하루 1만명분 이상 마스크를 제작해 취약계층에게 무료로 나눠줄 예정이다.

구는 지난해 10월 연수동 탑피온빌딩 4층 자활센터에 240㎡ 규모의 공공마스크 제조시설을 설치한 바 있다.

인천시로부터 지원받은 특별교부금 5억4200만원을 사업비로 투입했고, 이스코 사회적협동조합을 운영 사업자로 선정했다.

마스크 생산 라인에는 작업자 7명이 배치됐다. 기계 관리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 모두 장애인과 고령자,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으로 이뤄졌다.

마스크 생산 설비는 분당 60장의 마스크 생산·포장이 가능한 자동화 기계로, 하루 최대 3만장을 제작할 수 있다. 구는 기계 과부하 등을 감안해 하루 최대 1만장의 마스크를 제작할 계획이다. 올해 예정된 생산 물량 200만장 중 120만장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공비축물자로 활용한다.

추가 생산 물량은 다른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에서 공공마스크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매 협조 요청과 계약을 통해 공급할 예정이다.

고남석 구청장은 “공공마스크 생산 체계 구축은 연수구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회적기업 간 협업으로 단기간에 어렵게 이뤄낸 성과”라며 “감염병과 미세먼지로부터 구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부담 낮추는 공공배달앱 도입

연수구의 공공성 강화 정책은 주민 안전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구는 지난달 8일 서구에 이어 인천지역 두 번째로 공공배달앱 서비스를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코로나19로 침체한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배달e음'은 지역화폐 연수e음과 연계한 공공배달 서비스다.

배달e음 서비스를 이용해 음식을 주문하면 각 업체의 판매정보시스템(POS)에 알람 형태로 주문 내용이 공유된다. 연수e음 사용자들은 캐시백 등 추가 혜택에 따라 최대 24%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역 소상공인들이 부담해야 하는 중개수수료와 광고료가 없고 배달e음으로 주문 시 모든 인천e음 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특히 이번 공공배달앱 사업은 배달의민족 등 민간 배달앱의 시장 독과점 문제와 높은 광고료·수수료 부담을 개선해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추진돼왔다.

인천 등 전국에선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매장 방문 매출이 감소하고 배달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배달앱 시장에서 특정 기업의 독점 구조가 형성되면서 공공배달앱 도입으로 소상공인들의 배달 중개 수수료와 광고료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왔다.

구는 20여만명의 가입자가 이용하는 연수e음 플랫폼을 활용하면 공공배달앱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휴 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뒤 올해 내로 제휴 점포를 2000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구는 지난달 1일 배달e음의 본격적인 운영을 위해 연수e음 운영 대행사인 ㈜코나아이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고 구청장은 “공공배달앱 도입이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침체된 상권을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 가맹점을 더욱 확대해 더 많은 구민들이 배달e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