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최대 난제를 풀어 나가다

2018년 평화부지사 이어 전담 조직 신설하고
'DMZ' 평화의 땅 만들기 위해 포럼 등 개최
국제사회 지지기반 구축 위한 평화센터 설치
캄보디아 지뢰 제거 등 구호 사업에도 앞장
▲ 이재명(가운데) 경기지사가 지난 1월15일 판교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경기국제평화센터 출범 기념 제1회 국제평화토론회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 이재명(가운데) 경기지사가 지난 1월15일 판교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경기국제평화센터 출범 기념 제1회 국제평화토론회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n이 2보다 큰 자연수일 때, xⁿ+yⁿ=zⁿ 방정식을 만족하는 양의 정수 x, y, z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수학사 최고의 난제로 불리는 페르마(프랑스 수학자)의 마지막 정리다. 1637년 페르마는 “나는 경이적인 방법으로 이 정리를 증명했다. 하지만 책 여백이 너무 좁아 여기에 풀이를 적지 않는다”고 자신의 노트에 적었다. 이후 내로라하는 세계의 수학 천재들이 풀이에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러다 1994년 영국의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가 드디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푸는 데 성공했다. 자그마치 357년이 걸렸다. 앤드루 와일즈는 10살 때 이 미해결 문제를 접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이 문제를 풀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했다.

서론이 길었다. 이 얘기를 왜 하느냐면 우리 겨레에게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있기 때문이다. 풀기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 바로 한반도 평화 문제다. 이 최대 난제에 도전장을 내민 곳이 있다. 주인공은 경기도 평화협력국이다.

 

▲금단의 땅 DMZ, 평화를 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018년 7월 평화부지사에 이어 전담 조직인 평화협력국을 신설했다. 남북 협력과 한반도 평화를 향한 첫 신호탄이었다. 평화협력국은 금단의 땅, 비무장지대(DMZ)를 선택했다.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이곳을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2020 DMZ 포럼을 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세계 각국의 석학과 한반도 전문가, 평화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이 모여 한반도 평화를 모색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한반도 평화가 곧 세계 평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DMZ를 평화 공간으로 만들자는 제안이 쏟아졌다. 헤럴드 테너 노스텍사스대학 사학과 교수는 “DMZ는 남북의 군사력으로 방어하는 곳이자 전쟁의 산물이다”라며 “이제는 이곳을 남북이 신뢰를 구축하는 경계 공간으로 바꾸자”라고 제안했다. 정강자 한반도 종전 평화캠페인·참여연대 공동 대표도 “한국 사회는 변하고 있다. 그 근간은 바로 시민이다”라며 “한반도 평화에 마음을 모으자”라고 강조했다. 이 포럼은 한반도 평화 문제를 담은 시험지에 평화협력국이 쓴 첫 답안이었다.

▲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9월18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0 DMZ 포럼에서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사진제공=경기도
▲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해 9월18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0 DMZ 포럼에서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사진제공=경기도

▲평화 ODA, 세계에 전달

경기국제평화센터. 한반도 평화 기반을 확산하고, 국제 평화 정책을 수립하고자 지난해 10월 평화협력국 내에 만든 전담부서다. 이곳은 한반도 주변국을 포함한 해외 지방정부, 국제기구, 평화 관련 국내·외 민간단체 등과 협력망을 구축해 한반도 평화에 필요한 국제사회의 지지기반을 만들고 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위헌 소송을 담당한 노주희 변호사가 초대 센터장을 맡았다.

경기국제평화센터의 역할은 다양하다. 국제 평화 교류사업의 기획·추진과 함께 DMZ 국제 행사를 총괄한다. 무엇보다 국제 개발협력(ODA) 사업에 주력하는 중이다. 공적 개발 원조를 통해 인도주의, 개발, 평화를 연계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경기도의 평화 유전자(DNA)를 세계에 전달하는 정책이다. 한반도 평화가 곧 국제사회의 평화라는 점을 입증하는 일종의 디딤돌이다.

이를 위해 경기국제평화센터는 올해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아태지부를 기반으로 한 지방정부 평화 ODA 플랫폼을 구축한다. 또 평화 ODA 내실화를 실현하고자 NGO 역량 강화도 추진한다. 평화 교류 확산을 위한 글로벌 인적 교류도 활성화한다. 무엇보다 한반도와 같이 전쟁의 아픔을 겪은 베트남 전쟁 피해자를 지원한다. 캄보디아의 지뢰를 제거하는 평화 개발 원조 사업도 진행한다. 중앙아시아에는 평화의 숲도 만든다. 이어 다국적 동포 국가의 해외 청년들에게 한반도 평화를 알리는 글로벌 평화학교도 운영한다.

경기국제평화센터 관계자는 “경기도의 평화 ODA를 통해 국제사회에 인도주의 정신을 전달하고, 그들의 지지를 끌어내 한반도 평화에 한 발 더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준영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국내·외 민간단체와 남북교류 추진…인적 네트워크 구축 노력”

놀라운 제안이었다. “남한이 방사성 연대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우리와 공유하는 게 어떻겠소?” 북한이 먼저 얘기를 꺼냈다. 2018년 남북이 공동으로 개성 만월대를 발굴·조사할 때였다. 이곳에선 이미 2007년부터 여러 번 숯이 나왔다. 그러나 북한은 단 한 번도 남한에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들에게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기기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자존심이고, 다른 하나는 '남한 기술력에 의존한다'는 사대주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정치적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런 북한이 남한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신준영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사진)은 이 지점에서 북한의 변화를 느꼈다. 남북학술교류협회·남북역사학자협의회 사무국장과 북한 담당 기자로 활약했던 터라 체감이 남달랐다.

그는 “이 일을 계기로 북한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더는 과거 인식으로 북한을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흔히 북한 하면 외부 정보에 어둡고 정체된 사회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 북한은 휴대전화 사용자가 500만명을 넘었다. 기업 경영자의 자율성을 극대화한 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도 시행한다. 기초 과학 분야에서는 국제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분단 70년의 세월이 오해와 왜곡을 낳았다. 이를 해결하려면 서로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남북 대화와 평화 협력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도가 공식 출범한 개성공단 재개 선언 범국민 연대회의와 경기국제평화센터의 역할을 강조했다. 신 국장은 “개성공단은 남북이 대화와 교류를 다시 시작하고, 한반도 경제공동체로서 함께 번영하는 지름길이다”라며 “그러려면 국내·외적 관심과 지지가 중요하다. 범국민 연대회의와 경기국제평화센터가 앞으로 이런 국민 염원을 실현하는 중책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장 선상에서 지방정부의 남북 교류 정책과 민간단체와의 협력 방안도 소개했다. 그는 “현실 여건은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남북 교류의 끈을 놓을 순 없다. 북한을 상대로 보건·의료 분야 협력과 접경지 공동 방역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라며 “급변하는 정세 변화에 맞춰 남북교류협력기금도 확충하고, UN 대북 제재 면제에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은 남북교류 성사 과정에 중요한 파트너다. 각종 남북교류 협력사업을 추진할 때 국내·외 민간단체와 소통하고,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신준영 국장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동력은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 물적 교류만큼 중요한 게 바로 인적 교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거듭 촉구했다. “남과 북, 일단 만납시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