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이맘때쯤이었다. 당시 진급 사정회 준비를 위해 등록금 미납자 현황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우리 반에 세 분기 등록금이 미납된 아이가 있었다.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 시대가 아니기에 한 학년에 한두 명 정도, 그것도 부모님이 깜박 놓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없던 시대에 세 분기 등록금 미납은 흔치 않은 경우였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1학기 말에도 등록금 두 분기가 밀려 있어서, 참교육장학회라는 장학재단을 통해 한 분기 등록금을 지원받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아이의 가정상황은 학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소득 수준에서 아주 조금 위였다. 그것도 아주 조금. 그러다 보니 그 아이는 어떤 학비도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선택적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였다. 그러나 이제 인천에는 더는 6년 전 내가 가르쳤던 그런 아이가 나올 일이 없어졌다. 작년에 인천시교육청이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완전히 실현했기 때문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진 지금 등록금 지원이 별로 크게 다가오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등록금을 지원해준다면 꼭 필요한 애들만 해주면 되지 않겠냐고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무상교육 실현은 등록금을 단순히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배움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해준다는 것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인간에게 '배움'은 존재의 본질과 같다. 태어난 아이는 걸으려 하고, 말을 하려 하며, 놀이를 배우려 한다.

인간은 라면을 끓이는 것이나 형광등을 교체하는 것 같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부터 뜨개질이나 축구 같은 취미 생활과 자동차 운전이나 스마트폰 게임까지 자신이 배울 수 있는 것을 평생 끊임없이 배우려 한다. 학교에서의 배움도 인간의 수많은 배움 중 일부일 뿐이다.

배움이 인간 존재의 본질이기에 국가가 국민에게 그것을 보장해주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다. 생계를 위해 무언가를 배우든, 취미 생활을 위해 무언가를 배우든 개인이 처한 경제적 여건 때문에 그 기회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 인간 존재의 본질인 '배움'을 보장받는 것은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시민의 권리인 것이다. 따라서 '무상교육'은 '무상'이 아니다. 그것은 '배움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2년째 진행 중인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한다. 그런 뉴스를 보면, 나는 6년 전 그 아이가 떠오르곤 한다. 20대 중반이 되었을 그 아이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대학을 가기는 했는데, 졸업은 했을까? 혹시 코로나19로 인해 더 어려워진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이어지다 보면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의 공공성이 더욱 강화되어 모든 국민이 '배움의 권리'를 실현하는데 장애물이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생계유지를 위해 무언가를 배우든 취미 생활을 위해 무언가를 배우든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가정형편에 상관없이 '배움의 권리'가 실현되는 사회, 초중고 무상교육이 최종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그것이 아닌지 생각해보곤 한다.

 

/한성찬 인천시교육청 장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