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류 '친문 세력'에
손 내밀고 관계개선 의지

민생과 검찰개혁 힘 보태
대통령 겨냥한 야당 공세
모독·망언 강한 어조 반박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제공=경기도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제공=경기도

이재명 경기지사가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집권 말기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방패막이로 나섰다.

그러면서 문 정부의 기본 정책철학에 공감하고, 이를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주류인 친문 세력을 향해 손을 내민 모양새로,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려면 소원한 관계에 있는 '친문'과 관계개선이 필요한 자신의 정치적 상황도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이 지사는 3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연일 공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임명직 공무원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에 들어 있는 기준에 따라 행동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정책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없는 죄를 만들고 있는 죄는 덮는 과거의 검찰이 아니라, 국가 질서의 유지와 국민 인권보장을 위해 제대로 기능하는 검찰로 거듭나도록 하는 검찰개혁 과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또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개인 돈이라도 이렇게 흥청망청 쓸 수 있을까. 이러니 선거를 앞둔 매표행위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다”라고 쓰자 이 지사가 바로 반박에 나섰다.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을 '매표행위'라 선동하며 국민을 '돈 뿌리면 표 주는' 원시 유권자로 모독했다”며 “대통령에 대한 상식 밖의 모독이자 국민의 높은 주권의식에 대한 폄훼”라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해 9월 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박근혜 레이저 눈빛 닮아간다, 청개구리 대통령”, “빚내서 생색내고 미래세대에 갚게 하는 패륜정부” 등의 거친 표현으로 문 대통령을 향해 비난한 데 이 지사는 곧바로 대응했다. 이 지사의 대응은 친문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인사들보다 빨랐고 강도도 셌다. 안 대표의 발언을 '망언'이라고 표현했다.

이 지사는 “도를 넘은 것(悖倫)'은 경제와 민생을 살리려 위기극복에 전념하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국민은 안중에 없이 당리당략으로 국정 발목잡기 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보수야당 같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방패 역할뿐만 아니라 문 정부의 정책철학을 계승하겠다는 의사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지난 1월 18일 '민생과 개혁, 경기도의 몫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의 반석 위에 세워진 정부”라며 “혹독한 겨울을 밝혔던 온 국민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개혁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을 한 날이다.

좀 더 앞선 지난 1월 11일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서도 “포용적 회복과 미래 대비를 강조하신 대통령의 신년사는 2021년 대한민국호가 나아갈 방향이기에, 1380만 민의를 대표하는 경기도가 이를 힘차게 구현해 갈 것”이라며 “'포용적 회복'과 '미래 대비', 경기도가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문 대통령 띄우기와 정책 계승 전략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 지사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권역(호남과 인천·경기)과 계층(진보층과 보수층, 자영업과 사무직, 가정주부 등)에서 골고루 상승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최고치를 경신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전국 2536명을 상대로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지사는 전달보다 0.2%p 상승한 23.6%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 최고치이자 2개월 연속 1위다. 2위와는 8.1%p 차이로 오차범위(±1.9%p) 밖이다.

특히 이 지사는 지난해 8월 이후 이 대표를 대선 선호도 조사에서 앞섰지만, 여당 지지층 내에서는 지지율이 약세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 지사는 지난달 여당 지지층 대선 선호도 조사에서 41.7%로 지지율이 급등했다. 전달 대비 8.2%p 오른 수치다.

이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띄우면서 여당 핵심 지지층에게 실망감을 준 탓에 반대급부로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인 이 지사가 이 대표의 지지율을 흡수한 모양새다.

또 과거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와 각을 세운 탓에 여당의 핵심 지지세력인 친문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했지만 점차 이 지사의 전략이 통하면서 친문 표도 이탈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