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 당시 상황 증언
경찰, 사인 규명 부검…이르면 내일 1차 소견
박남춘 시장, 소식 접한 후 강도 높은 대책 주문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 한 가정집에서 온몸에 멍이 든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8살 여아(인천일보 3월3일자 온라인판 단독 보도·관련 기사 7면)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모가 아이를 일부러 굶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인천시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3일 인천영종소방서에 따르면 이 소방서 소속 구급대원들은 전날 오후 8시57분쯤 중구 운남동 한 주택에서 “딸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했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당시 20대 남성 A씨는 딸 B(8)양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었다. A씨는 B양의 의붓아버지다.
그러나 방바닥에 깔린 이불 위에 반듯이 누워 있던 B양은 의식이 없었고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고 소방서 측은 설명했다.
무엇보다 구급대원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B양의 몸 상태였다. B양은 또래보다 왜소한 데다 특히 심각한 영양 결핍으로 보였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구급대원은 “‘앙상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아프리카 기아 어린이를 연상하게 했다”고 말했다.
구급대원은 A씨 부부로부터 “B양이 다리 쪽에 종양이 있지만 특별한 지병은 없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B양 몸에는 아동학대 정황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구급대원은 “이마와 다리, 옆구리 쪽에 멍자국이 보였다”며 “요즘 아동학대 사건이 사회적 이슈여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찰과 함께 현장에 출동했는데 경찰도 이 부분을 바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정황을 포착한 경찰은 전날 늦은 밤 B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A씨 부부를 긴급체포했다. 이들에겐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현옥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장은 “이르면 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부검 결과에 대한 1차 구두 소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서도 인천에선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9년 9월 미추홀구에서 ‘5살 의붓아들 살인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올 1월에는 같은 지역에서 ‘출생 미신고 8살 딸 살해 사건’이 일어났다.
6살 조카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 부부가 지난달 경찰에 구속됐고, 서구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집단 학대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인천시는 아동학대 관련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박남춘 시장은 이날 복지 분야 현안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아동학대와 관련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전문가 의견을 광범위하게 듣는 게 중요하다”며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현 제도에 허점이 없는지 등을 잘 살펴서 대책을 세워 달라”고 지시했다.
/박범준·김신영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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