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에서] 희망고문과 희망정책 사이
[항동에서] 희망고문과 희망정책 사이
  • 서정규
  • 승인 2021.03.03 16:51
  • 수정 2021.03.04 08:43
  • 2021.03.04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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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가 기재부 나라냐.” 이 나라 총리의 일갈이다. 코로나 방역지침으로 영업이 금지되거나 제한된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보상하는 문제로 갈등이 많다. 특히 나라 빚 1000조원을 내세우며 우려를 나타내는 기재부가 타깃이다. 겨우겨우 고통스럽게 버텨오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손실보상 소식은 희망의 빛이다. 총리가 저 정도 치고나오는 것을 보니 뭔가 될 것 같아 기대가 커졌다.

그런데 손실보상제 소급적용이 무산되고 제4차재난지원금지급으로 방향을 선회해 준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영업손실보상안에 희망과 기대를 품었으나 소급적용 안된다는… (중략) 기대에 찬물을 끼엊는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고, 정치권도 550만 자영업자들을 더 이상 희망고문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희망고문이란 말은 '안될 것을 알면서도 될 것 같다는 희망을 주어 상대의 고통을 지속시키는 것'이란 의미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화되면서 크게 부각됐다. “열심히 스펙 준비하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좋은 일자리 얻을 수 있다. 남도 다하는데 왜 못하겠냐”며 취준생_공시생으로 내몰리면서 최소 2~3년의 취업고문을 겪는 게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가 됐다.

구인구직 플랫폼인 '사람인'의 취준생 의식조사 결과(2018)에 의하면 중단 포기상태가 50.7%, 어차피 안될 것이란 불안감이 든다가 35.1%로 나타나 취업희망고문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청년_중장년 할 것 없이 채용시장이 무너져내릴 위기다. 선거가 다가와서 그런지 고용보장제 일자리보장제가 거론된다. 절박한 마음을 이용하려는 희망고문이 아니라 실업문제를 해결할 희망정책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내 집 마련 꿈도 점차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 주택청약 1순위 조건을 어렵게 맞춰보지만 치열한 경쟁률에 이내 청포자가 된다. 갭투에 영끌까지 해볼 건 다해 보지만 얼마전 부동산대책으로 대출까지 막혔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기본주택 공급 요란하다. 재발 희망고문이 아닌 보금자리를 보장해줄 희망정책이길 바란다.

코로나 팬데믹이 1년을 넘어가고 백신에 의한 집단면역도 빨라야 연말이라는 전망이다. 나라 경제가 힘들 수밖에 없다.

지역 골목상권은 말 꺼내기가 안쓰럽다. 유력 대선후보자들이 기본소득제 이익공유제를 내세워 선거민심 선점에 나서고 있다. 국가재정이나 근본적인 경제구조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지 않으면 생색내기 희망고문이란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는 사회문제가 큰 이슈나 쟁점화로 공공과제가 되고, 정부가 정책과제로 받아들여 해결을 검토한다. 유력정책 결정권자가 먼저 정책과제를 선정한 뒤 대국민 홍보를 통해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공공과제)로 공론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 정권의 강력한 뒷받침이나 불가피성이 부족할 때는 많은 협의과정에서 변형 왜곡돼 희망고문으로 끝날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는 성장위주 정책으로 여기까지 왔다. 여러 부분에서 양극화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고, 이를 외면해서는 더 나은 미래가 없다. 코로나 국난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양극화 극복을 실천할 때다. 특히 소득_일자리_주택문제는 중요하다.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정책역량을 집중시켜 희망고문을 희망정책으로 정착시킬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서정규 인천시설공단 이사회의장(정책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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