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원장 A씨 등은 범죄단체처럼 조직적, 지능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A씨의 개인적 이익에 대한 탐욕, 식자재 관리에 대한 무관심이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이다.”

지난 2월18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제2형사부 심리로 열린 안산 사립유치원 '집단 식중독' 선고공판에서 재판장은 원장 A씨 등에 대해 중형을 선고하며 이같이 판시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6월 집단 식중독 사고로 유치원생과 가족 등 97명에게 피해를 줘 업무상과실치상과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산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 A씨에게 벌금 1000만원과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 유치원 영양사와 조리사에 대해서는 징역 2년과 2년6개월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유치원 교사와 식자재 납품업자 등에 대해서는 벌금 430만~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은 위생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채 원아들에게 급식을 제공해 97명의 아동에게 피해를 주고,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며 “죄질이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원장 A씨에 대해 “유치원 운영을 교육자가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했다”고 질타했다. 법원의 1심 판결로 97명의 식중독 피해자를 내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안산 사립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태는 사건 발생 252일 만에 일단락됐다.

이 유치원에서는 지난해 6월12일 첫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이후 원생과 가족 등 97명이 식중독 의심 증상을 보였다. 이 중 18명은 합병증인 용혈성 요독증후군(일명 햄버거병) 진단을 받고 투석 치료까지 받았다.

검찰은 기소 당시 급식과정에서 육류 등 식자재 검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23년된 냉장고에 식자재를 보관한 업무상 과실도 있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지난달 사건 발생 252일 만에 사법부의 첫 심판이 내려졌다. 하지만 온 나라가 들끓었던 사건 발생 초기 당시 일었던 사회적 파장과 달리 벌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는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이 사건은 한 어른의 무분별한 탐욕에서 출발했지만, 그 결과는 힘없는 수많은 어린이에게 되돌릴 수 없는 큰 상처를 안겼다. 이제 어른들로 인해 상처받은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치유하고 교육받을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을 때다.

교육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유치원이 급식 안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에 따라 모든 국공립 유치원과 일부 사립유치원(원아 수 100명 이상)의 급식에도 학교급식법이 적용돼 엄격한 위생관리를 받게 하는 '학교급식법 시행령'을 심의·의결하고 1월3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교육부는 100명 미만인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도 당분간 유치원 급식 지침을 통해 관리를 강화하고 추후 법 개정으로 학교급식 대상을 모든 유치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도 이 유치원을 매입해 공립유치원으로 전환하는 행정절차를 거쳐 바닥재 교체, 행정실 등 사무공간 마련 등 간단한 시설개선 공사를 마무리하고 공립단설 유치원으로 새로운 교명과 함께 3월1일 6개 학급 128명 정원 규모로 정식 개원했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이제 더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바보짓은 그만둬야 하지 않겠는가.

 

/안병선 사회2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