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자는 단군 이래 최고 사기꾼으로 불린다. 1982년 2000억원대의 금융사기를 벌이다 구속돼 징역15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에 휘말려 은행장 2명과 내로라하는 기업인 등 모두 32명이 구속됐다. 1992년 가석방되었으나 1994년 140억원의 차용사기 사건으로 다시 구속됐다. 1998년 8_15특사로 출소했으나 2000년 구권(舊券)화폐 사기사건으로 다시 교도소로 가 2015년까지 복역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녀도 놀랄만한 수법들이 많다. '갭투자'는 매매가격과 전세금의 격차가 적을 때 그 차이(갭) 만큼의 투자금액으로 주택을 매수하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 방식이다. 그러나 여기에 '꾼' 자가 붙으면 교묘한 사기가 된다. 특정인이 부동산중개업자_건축주_분양대행사 등과 공모해 매매가격_전세금 차이가 적은 집을 수십 수백채씩 매수한 뒤 임차인을 희생양 삼아 이익을 챙기는 수법이다.

온라인에서도 사기가 난무한다. 수법이 너무 다양해 분류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금융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스미싱은 지난해 191건으로 2019년 49건보다 344% 늘어났다. 악성코드가 담긴 문자메시지를 전송해 금융_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수법이다. 최근에는 주식투자 열기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문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고수익 종목을 찍어준다는 말에 속아 피해를 입는 경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범죄는 사기다. 2019년 총 범죄 95만8865건 중 사기죄가 24만1642건(25.2%)을 차지한다. 4건 중 하나다. 지난 10년 동안 전체 범죄는 20% 줄었지만 사기 범죄는 오히려 12% 늘어났다. 본성인지 습관인지 몰라도 사기꾼은 사기에만 집중한다. 사기범의 55%는 5개 이상의 사기 전과를 가지고 있다. 재범률도 75%나 된다. 교도소 재소자들 사이에서도 사기꾼과 강간범은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특이한 통계가 있다. 종교인이 저지른 범죄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사기_횡령_강간이다. 사이비 종교인과 사기꾼은 공통점이 있는 듯하다. 말을 잘하고 매너가 좋다. 그렇지 않으면 사기당할 일이 없다. 우리는 사기가 일상화된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보이스피싱도 일종의 사기다. 보이스피싱에 당한 사례가 워낙 많아 더 이상 보이스피싱에 속을 사람이 없을 것 같지만, 갈수록 수법이 진화되면서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과 같은 사이버 사기범죄는 3만949건으로 2019년 2만4310건보다 27.3% 늘어났다.

하다못해 케이블TV 광고를 보고 주문한 물건이 광고내용과 딴판인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것도 큰 범주에서 보면 사기다. 아프리카 난민_아동 등을 돕자는 내용을 방송하면서 후원금을 요구하는 단체 중에도 실체가 아리송한 곳이 있다. 곳곳이 사기의 지뢰밭이다. 정신 차린다고 해서 안 당한다는 보장이 없다. 우리나라 사기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