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자폐 종합센터, 인천에 세우고 싶다”


과학자·교수·총장·사업가·컨설턴트…
다양한 경력 쌓고 인천경제자유구역행

“내수 친화적 바이오, 더 많은일자리 창출
의약 생산 넘어 식품·장비 영역 확장해야”
특허·행정지원 시스템 개선 필요성 역설

“인구 2% 앓는데 아시아엔 종합센터 없어
자폐증 조기 발견·치료 시 일상 생활 가능”
▲ 한인석 송도바이오융복합센터장이 인천에 아시아 자폐 종합센터를 건립하고자 하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

“대관절 뭐 하는 양반이요?” 누군가가 정체(正體)를 물을 때 그 자신도 살짝 머뭇거리며 망설인다. 교수? 총장? 아니면 발명가? 과학자? 그것도 아니면 사업가? 컨설턴트? 산악인?

교수와 총장은 거리낌 없이 그럭저럭 '그'를 말할 수 있는 언어이다. 모교인 한양대학교서 특훈 교수(Distinguished Professor)까지 거쳤고, 미국 본교의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 설립 총장(Founding President)까지 한 터이다.

과학자도 '그'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별반 손색이 따르지 않는다. 한국육군본부 화학실험소 화학 장교로 근무했고, 유타대학교 공대 재료공학과·화공과 교수로 일했다. 더군다나 '정자 발생학에서 세포와 세포 간 교환물질 연구'라는 제목의 박사 논문이 이 분야 최고의 학술지(Molecular Endocrinology)에 실리지 않았던가.

발명가도 그의 본색을 담기에 어색하지 않다. 과학자와도 통하거니와 1997년 미국 유학 시절 이미 GPS(위치측정장치)를 탑재한 소형 포터블 당뇨병 환자용 혈당측정기 'Guts'(우리말로 '배짱')를 개발해 특허를 냈으니 그럴 만도하다.

다른 쪽의 '그'인 사업가, 컨설턴트, 산악인은 그 스스로도 약간 뜸을 들이는 주저의 대상이다. 분명 있는 그대로의 그의 본체를 꺼내는데도 듣는 상대방은 어쩌면 “이거, 사기 치는 거 아냐”하며 색안경을 끼고 나를 볼 수 있겠다 싶어서다. 속 모르는 남들은 대뜸 “나하고 장난하는 겁니까?”고 퉁명스럽게 짜증 낼 법도 해서다.

있는 힘껏 기를 쓴들 마음처럼 돌아가지 않는 것이 세상일이다. 허나 그는 소설 속 주인공인 듯 하나도 아니고 대여섯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뤘다.

아무런 인적 네트워크가 없던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에서 바이오벤처 '엠-바이오텍'을 창업했다. 종근당에서 1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그의 나이 서른아홉 때였다. 스타트업의 길을 튼 것이다. 사업은 번창했고 돈도 숱하게 벌었다. 드디어 눈독을 들인 미국 M&A 기업에 주식을 받고 넘겼다(인수기업이 망한 바람에 받았던 주식이 휴짓조각이 됐지만).

그는 코스닥 상장사인 질병 유발 유전자 조기진단 기업 '씨젠㈜'을 컨설팅했다. 그가 국내와 미국의 벤처기업 20개 사를 상담하고 자문했다. 이들 기업 중 더러는 나스닥에 상장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컸다.

눈을 휘둥그레 하는 것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그의 능률주의적 사업가 기질만이 아니다. 산을 타면서 부여받은 실천적 지혜와 시민적 덕목이다. 공공의 선(善)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일궈내는데 '준비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50대인 2013년까지 그는 미국 50개 주 최고봉 등정을 마쳤다.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이자 세계에선 253번째로 미국 언론에 큼지막이 소개되기도 했다. 7대륙 중 아프리카, 유럽, 북미, 남미, 호주, 남극 등지 6개 대륙 최고봉 꼭짓점에 섰다.

 

한인석(63), 그가 송도바이오융복합센터장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에 터를 잡았다. '바이오 송도'의 세계화에 열정을 불사를 참이다. 송도, 아니 인천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한 센터장은 그의 눈이 아닌 시장의 시각으로 송도와 인천을 살핀다.

“송도바이오융합센터가 국제업무단지 IBS타워 24층에 문을 연 지 겨우 석 달 밖에 안 됐습니다. R&D업체부터 벤처기업, 벤처투자기업까지 들어오면서 입주율 80%를 단숨에 넘겼죠. 기업들을 더 받고 싶어도 장소가 비좁아 받을 수 없습니다.” 바이오 송도의 성장 잠재력과 기업의 동반성장 가능성을 시장에서 먼저 알아본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해삼에서 추출 배양한 성분에서 당뇨병과 항암제를 만드는 벤처업체가 송도바이오융합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차세대 바이오 산업은 반도체나 전기차 시장을 가뿐히 따돌릴 수 있는 규모다. 기대수명의 연장과 건강의 지렛대가 치료 중심의 의료기관에서 개인(환자)을 축으로 하는 예방 차원으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삼성의 반도체나 현대의 자동차가 해외에 공장을 짓고, 외국인을 고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바이오는 다르다. 인체와 직접 관계를 맺는 바이오 헬스는 내수시장과 더 친화적이다. 그만큼 국내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다.

“바이오 송도의 무한 잠재력의 밑거름은 뭐니뭐니해도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거대 의약 생산시설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야 합니다.” 한 센터장은 현재 바이오 송도의 완성도를 3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완성률 100%로 가기 위해선 제약뿐만 아니라 식품, 의료기기, 장비 영역까지 바이오 헬스로 넓혀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국내 특허시스템과 행정지원 시스템부터 손을 봐야 합니다.” 그는 미국의 예를 들었다. 기술의 점진적 변화에 대해서도 애초 특허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한 제품에 대해 특허를 신청한 뒤 나중에라도 더 좋은 아이디어로 그 제품에 기능을 더해 발전적 성능을 더할 때도 특허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 기술자가 손잡이가 하나인 컵을 만들어 특허를 신청한 뒤 좀 더 고민해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컵을 구상했다고 칩시다. 그사이 또 다른 기술자가 종전 기술자의 컵 모양을 토대로 손잡이가 양쪽에 달린 컵을 만들어 특허를 신청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처음 특허를 신청한 기술자를 기다려주지 않고 나중의 기술자에게 특허를 내줍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특허체계는 차를 기다리며 줄을 선 사람이 새치기한 얌체에게 자리를 내주는 격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바이오 헬스 송도의 터를 닦겠다는 각오다. 기술 지원부터 기술과 기술 간의 네트워크, 산학연의 협업 지원, 자금유치와 창업 지원에 이르기까지 그가 쌓아온 노하우를 쏟을 작정이다.

“내 목표 중의 하나는 아시아 자폐 종합센터를 인천에 세우는 겁니다.” 그는 정부의 무관심으로 접을 수밖에 없었던 아시아 자폐 종합센터 건립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2015년에 이미 송희연 전 KDI 원장, 양문봉 응용행동분석연구소 소장 등과 아시아 자폐 종합센터 건립의 얼개를 짜 놨다.

“연구결과 인구의 2%가 자폐증 증상을 앓고 있습니다. 아시아 인구는 세계 인구의 58%를 차지합니다. 아쉽게도 아시아에 자폐 종합센터가 없습니다.”

한 센터장의 아시아 자폐 종합센터 건립 구상은 미국 자폐센터에 근무한 아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폐증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와 교육을 한다면 자폐증상자도 얼마든지 일상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아내의 조언이 있었다.

그는 말한다. “아시아 자폐 종합센터는 혼자만의 힘으로 될 수 없습니다. 터를 잡고 건물을 세우고, 교육자를 키우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까지 인천 전체가 함께해야 가능한 일입니다”이라고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