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SNS를 통해 맛집을 찾는 일이 일반화했다. 지역 이색 먹을거리가 사진과 함께 널리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을 불러모은다.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으면, 그 음식점은 속칭 '대박'을 터뜨린다. 물론 맛집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간의 정성과 노력 등을 생각하면, 밀려드는 손님들의 방문은 어쩌면 당연하다. 어찌 그 노고를 간과하랴.

근대문화유산 관광지로 떠오르는 인천에서 내세울 음식은 무엇일까. 짜장면이 단연 으뜸이지 싶다. 짜장면의 '원조'가 인천이어서 더 그렇다. 개항(1883년) 이후 중국 산둥지방 노동자들이 들어와 볶은 춘장에 국수를 비벼 즐기면서 짜장면이 시작됐다고 한다. 짜장면을 처음 판 곳은 1905년 개업한 공화춘. 지금은 없어지고, 대신 2012년 4월 짜장면박물관으로 문을 열었다. 중구 차이나타운 일대엔 정통 중국식당들이 성황을 이루면서 전국 맛객들을 끌어모은다. 쫄면 역시 인천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이다. 짜장면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1970년대 이래 새콤한 풍미로 인기를 누린다. 중구 경동 내 한 제면 업주가 냉면을 만들다가 우연히 불거져 나온 굵은 국수가락이 쫄면의 탄생 비화다. 면이 하도 쫄깃해 '쫄면'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지금은 그 명성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인천 냉면'을 빼놓고 향토음식을 운운할 수는 없겠다. 언제부터인 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개항 이후 전국 8도에서 각양각색의 사람이 몰려들면서 냉면의 유명세가 시작됐다고 한다. 개항장 내 각종 건축과 축항 공사 등으로 인천의 인구는 급증할 수밖에 없었다. 필연적으로 음식업과 숙박업 등이 번창했다. 바로 이즈음 등장한 음식 중 하나가 냉면. 그 맛이 일품이어서 서울 한량들에게까지 퍼졌다. 그래서 냉면을 먹으려고 서울에서 단체로 경인선을 타고 온다거나, 아예 서울에서 인천에 냉면을 시켜 먹었다는 '전설적' 일화마저 전해진다. 이런 인천 냉면의 역사는 이제 그나마 동구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 골목으로 남아 명맥을 유지한다.

해방 전까지만 해도 인천처럼 외식업이 활발했던 지역은 없었다. 8도인 입맛을 맞추다 보니, 음식점도 다채로왔다. 당시 인천에 다양한 사람이 들어오면서 그에 따른 외식산업 발전은 당연했다. 냉면 말고도 해장국, 물텀벙이, 젓국갈비 등 인천지역을 바탕으로 한 맛의 비결은 수두룩하다. 다른 지역에도 원류를 자처하는 음식이야 쌔고 쌨지만, 개항 후 오히려 서울보다 화려했던 인천지역 음식역사를 꼭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인천지역 식도락 여행' 책자를 제작·배포했다. 내·외국인을 위한 책자엔 음식 맛이 좋고 분위기가 독특한 음식점 146곳의 대표 요리를 비롯해 위치와 가격 등을 실었다. 영어·중국어·일본어 등으로 병기해 외국인들이 편하게 맛집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들도 인천이란 도시의 변화와 성장 속에 감춰진 음식역사를 맛볼 수 있었으면 싶다. '바다와 땅이 키우고, 사람이 만든다'는 인천의 맛을 음미하면서….

/이문일 논설위원 ymoon5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