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경기도에서 또 10만원을 준다는 게 사실이니.”

며칠 전 어머니가 내게 물었다. 지난해 4월 경기도의 1차 재난기본소득을 받고 아이처럼 좋아하셨던 어머니는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셨다.

나는 “재난기본소득을 받으면 뭐하실 거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콧노래를 부르며 “설이 다가오고 있으니 제사 음식을 사야겠다”고 답했다. 내 몫까지 드리겠다고 하자 어머니는 “오늘은 맛있는 걸 먹어야겠다”며 짐을 챙겨 마트로 향했다.

앞서 도는 이달 1일부터 모든 도민에게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다. 당초 지급 시기를 두고 고심하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침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설 연휴 전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확정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도내 소상공인이 경기도의회 앞에 모여 '제발 우리 좀 살려달라'고 외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날 소상공인들은 한자리에 모여 2차 재난기본소득을 하루빨리 지급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추가 대출을 받는 등 발버둥치고 있는 소상공인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며 “정치적 논리를 따지지 말고 도내 서민들이 밥을 먹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덧붙였다.

어머니 역시 도내 소상공인 중 한 명이다.

작은 가게를 운영 중인 어머니 역시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 타격을 봐야만 했다. 특히 거리두기와 5인 이상 집합금지 등 영향으로 가게 문을 일시적으로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오자 매일 같이 한숨을 쉬셨다.

그런 어머니에게 작지만 행복이란 감정을 쥐여준 것은 아들의 위로도, 코로나19 백신 관련 소식도 아닌 재난기본소득이었다.

2차 재난기본소득 신청을 하고 기뻐하는 어머니에게 “그렇게 큰돈도 아닌데 왜 이리 호들갑이냐”며 “뭐가 그리 기쁘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나라로부터 직접적인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 그냥 좋다”였다.

8일 이 지사는 SNS를 통해 “한국형 기본소득은 서두를 필요도 없지만, 너무 미뤄서도 안된다”고 밝혔다. 국민 인당 10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에 대해 “결단만 하면 수년 내 시행 가능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기본소득을 둘러싼 포퓰리즘 논쟁과 지역화폐의 효용성 논란은 잠시 접어두고, 기본소득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도민의 가려움을 긁어줬다는 건 분명하다. 비단 어머니와의 일화를 떠나 주변에서 모두 재난기본소득을 받은 뒤 만족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키워드다. 이미 국민적 관심도 크게 높아진 상태다. 향후 기본소득 도입 관련 찬반 논란이 단순 '표심 잡기'에 그치지 말고 건강한 논쟁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임태환 경기본사 정경부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