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언택트 … 디지털 서툰 노인 “서글픈 명절”

승차권 예매 '코레일 톡' 변경
발권 포기하고 오프라인 창구로
길게 늘어선 '줄' 결국 발길 돌려

보고픈 손주와 영상통화 시도
스마트폰 조작 서툴러 '쩔쩔'

비대면 시스템 어려움 호소
정부·지자체, IT교육 활성화 시급
▲ 7일, 수원역에서 한 노인이 무인단말기를 이용해 철도승차권을 발권하려하지만 복잡한 구조에 난감해 하고 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 사회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생활속 거리두기를 경험하고 있다. 언택트 시대에 맞춰 진화된 정보통신기반으로 한 비대면, 무인화 시스템은 또 다른 디지털 소외계층을 낳았다. 이 소외 계층이 맞이하는 디지털화 된 설명절은 서글프기만 하다.

 

#지난달 19일, 윤금자(63·수원시)씨는 설날 명절을 앞두고 자녀가 사는 울산행 철도 승차권을 끊기 위해 수원역을 찾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설 명절 승차권 예매가 '코레일 톡' 등 비대면 형태로 바뀌게 되면서 스마트폰 활용이 서툴렀던 윤 씨는 온라인 발권을 포기하고 오프라인 창구로 가야만 했다. 그러나 현장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결국 애써 찾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코로나로 올해 설 명절을 가족과 보낼 수 없게 된 A(77)씨. 손주들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 자녀들과 영상통화를 했던 기억을 떠올려 시도하려 했지만 스마트폰 조작이 서툰 A 씨에겐 영상통화는 고사하고 음성통화를 하는 과정도 어렵게 느껴졌다. 결국 인근 휴대전화 대리점을 찾아 영상통화 조작법을 물어야 했다.

언택트 시대에 맞물려 정보통신기반을 활용한 비대면, 무인화 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기기나 정보통신 활용이 어려운 이른바 '디지털 소외계층' 또는 '디지털 문맹'이 늘어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올 설 연휴에 앞서 정보통신기술 서비스를 활용하는 등 비대면으로 보낼 것을 권고했다. 코로나 확산 방지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추모, 성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비대면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보의 양극화 현상을 가속화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시대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지면서 고립감이나 소외감 심화가 우려되고 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9년 디지털정보 격차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계층을 포함해 정보 취약 4대 계층으로 분류된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고령층이 63.7%로 디지털 활용 수준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코로나로 키오스크 등 무인화 기기 설치가 늘고 있지만 고령층의 경우 비대면 거래가 익숙지 않은 탓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1년간 전자상거래나 키오스크를 통한 비대면 거래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고령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자상거래와 키오스크를 모두 이용한 소비자는 41.4%(124명)에 그쳤다. 키오스크 이용 중 불편한 점으로는 51.4%에 해당하는 126명의 응답자가 '복잡한 단계'를 원인으로 꼽았다. 익숙하지 않은 용어나, 초성검색 등 조작방식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시간 지연, 주문실패 등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소외 격차가 커짐에 따라 정보화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분석했다.

노인을 대상으로 미술교육 봉사활동을 해 온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신현옥 회장은 “고령층의 경우 비대면 시스템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노인들의 특성을 고려한 디지털 교육 방식을 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 현재 지자체에서 어르신 디지털 교육 강좌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개 온라인 홍보로 이뤄지고 있다 보니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강좌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한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장은 “노인들은 IT 문화에 매우 취약하다. 젊은 층과의 융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반복적인 학습과 1대1 맞춤 교육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노인대학 또는 경로당 시설을 활용한 교육 강좌를 개설해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형 디지털 뉴딜 사업의 하나로 '전국민디지털역량 강화 교육(디지털배움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소외계층의 스마트기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운영돼 오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경기지역 31개 시군에서 133곳의 디지털 배움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기간 동안 전체 6만여 명의 수강생이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에만 2만8000여명이 교육에 참여하면서 디지털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지자체의 디지털 교육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디지털역량교육사업 경기사업단 이다인 이사는 “비대면 정보통신 기술 활용이 일반화되면서 디지털 교육에 대한 관심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며 “반복적인 교육과 1대1 맞춤 교육을 진행해 디지털 활용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도민에게는 직접 방문을 통해 적극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