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짧게 잘랐다

바싹 깎은 머릿살이 나를 반긴다.

차가운 겨울바람과 시선에

어찌할 줄 모르면서도

마음이 더 굳어온다.

사람들 군에 갈 나이는 훨씬 지났는데

하는 소리 피식 웃음이 난다.

이 겨울 入禪이라도 하려는 거냐

피식 웃음이 난다.

그럴 처지는 아니라오.

 

이발소 아주머니의 가위질에 잘려 버린

수많은 시간 들 아쉬워 웃다가

그래도 더 살아오라는 사자의 인 것 같아

훌훌 털고 일어서 예의 계산을 마치다.

 

수십 년은 되었을 고교 1학년 교련 시간에는

그리 반기던 짧은 머리의 추억은

이젠 반겨주는 이도 없고

철없는 모습으로 이 계절에 맞는 것인지

모자 하나 쓰고 이 寒氣의 계절을 맞아야겠다

 

문득 이제는 작별한 이의

마지막 가는 모습 떠오르더라

/박용효 시민기자 purunfe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