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관계자 “무책임하다” 반대
차별철폐연대 “자립 지원해야”

탈시설지원센터·자립지원 미비
법적 근거·로드맵도 마련못해
▲ 3일 오후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도장애인거주시설 임직원들과 (사)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코로나 19 상황에 일부 장애인 단체의 '탈시설화' 주장을 규탄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문재인정부 장애인 정책공약인 '장애인 지역사회 정착생활 환경 조성(탈시설)'이 경기도내 장애인 관련 단체의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이를 위해 법적 근거 마련은 물론이고, 로드맵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어 장애인 복지 현장에서는 '관철해야 한다'는 측과 '성급하다'는 측으로 나뉜 탓이다.

경기도장애인복지시설협회와 경기도 장애인거주시설 임직원들은 3일 경기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장애인단체의 대책 없는 '탈시설'은 무책임하고 인권 침해적 행위”라고 밝혔다.

김원녀 경기장애인복시설협회 회장은 “우리나라 모든 국민은 거주의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3자가 거주장애인에게 시설을 나가라고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일”이라며 “거주장애인 지역사회 전환은 장애인당사자, 보호자, 정부, 거주시설 운영자가 합의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안산지역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 장애인단체측은 '탈시설화'를 요구한 데 따른 반발이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달 13일 안산시청 입구 앞에서 긴급 탈시설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안산시와 경기도가 평화의집에 대한 치료와 방역을 위한 적극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호트 격리를 중단하고 '긴급분산조치'를 추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또한 정부와 지자체는 탈시설과 자립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했다.

장애인 탈시설화는 장애인이 자립에 대한 의지를 갖고 시설에서 나와 생활하는 것이다. 정부의 탈시설화 정책은 ▲거주공간을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이전 ▲가정과 같은 보편적인 환경에서 거주서비스를 제공 ▲제약을 최소화하고 거주인의 자율성 보장 ▲사생활과 소유권 보장 ▲사회적 관계와 심리적 회복을 통해 지역사회에 포함되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골자를 담고 있다.

국회도 움직였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지난해 12월 10일 장애인의 탈시설과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최 의원은 “장애인에 대한 시설보호는 장애인을 지역사회로부터 분리하고, 획일화되고 집단적인 생활을 강요해 장애인의 선택권, 자기결정권 등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장애인들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장애인들에게 선택이라는 '권리'는 존재하지 않은 탓이다.

경기복지재단이 2019년도 거주시설 장애인 자립욕구 실태조사를 한 결과 '시설을 떠나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가 27.9%로 나타났다. 반면 '그렇지 않다'는 72.1%였다.

이병화 경기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시설에 있는 장애인중에 언어적인 행동이나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인데 30%에 가까운 수치는 굉장히 높은 편”이라며 “가족과 함께 살고 싶은 욕구, 새로운 곳에서 살고 싶은 욕구, 개인 생활 희망, 외출·식사·취침 등을 자유롭게 하는 것 등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 욕구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장애인의 탈시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황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탈시설지원센터 설치와 자립지원금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정부 차원의 탈시설 정책이 전무하다는 부분도 크다. 탈시설화 정책이 성급하다는 지적은 여기서 출발했다.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등 새로운 정책이나 사업 등을 펼치는 것은 좋지만, 우선 거주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지역사회 인프라 파악과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거주형태 구축 등 탈시설 준비과정에서부터 이후 지역사회 정착 및 자립유지 단계 등 단계별, 유형별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계획을 짜야 한다”며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입장차에 따른 갈등만 발생한다”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