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어렵사리 취직한 직장이 멀어 제 좋다는 원룸에 산다.

 

 다달이 문두드리는 월세로

 옆방 소리 들리는데 관리비로

 와이셔츠 입어야 하는 옷값으로

 아침 건너 뛴 점심, 저녁 밥값으로

 데이터가 무제한 유혹하는 통신비로

 뱃살 만드는 솥뚜껑 삼겹살 모임비로

 적지 않은 친구, 직장, 친척들의 경조사비로

 쥐꼬리 월급이 소리 없이 닳아도

 임시정부의 광복군처럼 자주 독립 위해 살 수 있어

 아들은 좋고, 좋으며, 좋아서, 좋단다.

 

 기다렸던 상여금으로

 빠짐 없이 일한 연차수당으로

 나머지 일한 시간외수당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채우면서도

 만주 벌판의 독립군처럼 해방의 자유를 위해 살 수 있어

 아들은 좋고, 좋으며, 좋아서, 좋단다.

 

그런데 아내는 아들의 B 사감.

오늘은 아들의 자취방을 치우러 가는 날이란다.

꽃향기 린스로 행군 이불보, 침대보

뜨겁게 드라이한 양복

소뼈처럼 푹 고고 삶아 빤 속옷들을

보따리 보따리로 차에 실어도 아내는 발길이 가볍단다.

아마도 아들의 독립이 떨군 편지라도 찾아내 찰지게 살필 수 있기에.

 

모성애란 자식이 펼쳐놓은 독립 선언을 쉽사리 읽어보곤, 깨끗이 덮어주는 것인가.

 

 

/김원경 시민기자 twokal02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