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위기 지역 서점 대표자들 모여 조합 꾸려 북 콘서트·심야 책방 등 온·오프라인 행사도
“책, 다른 공산품과 달리 시장에만 맡겨선 안돼…완전 도서정가제로 건전한 출판 생태계 구축을”

“지역 서점은 책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문화공간입니다. 책은 변화로 향하는 출발선입니다.”

문선미(54·코끼리 서적 대표·사진) 성남시서점협동조합 이사는 27일 “동네 책방이 대형서점, 인터넷서점, 도서 유통업자의 공세에 밀려 고사 위기에 몰려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을 깨쳐나가기 위해 지역 서점 대표자들이 조합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이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대부분의 나라는 도서정가제(출판사가 간행물에 정가를 표시하도록 하고, 판매자는 책을 정가대로 판매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10% 할인, 5% 적립을 허용하는 부분 도서정가제를 시행해 지역 서점이 설 자리를 잃게 하고 있다”고 했다.

성남시서점협동조합은 지난 2015년 11월 대형서점에 맞서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 서점 대표자 10명이 모여 꾸려졌다.

조합은 책을 공공 도서관, 작은 도서관, 관공서, 학교 등에 납품하고 그 수익금을 독서문화활동 지원 등에 환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는 조합은 동네 책방을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했다.

“지역주민들이 언제든지 드나들 수 있는 다정한 동네 사랑방과 같은 서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학 강연, 북 콘서트, 낭독회, 사진전, 그림책 만들기, 심야 책방 등의 프로그램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열고 있습니다. 또 지역 서점이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는 '사람들에게 어떤 플랫폼이 될까'를 함께 고민하기 위한 서점학교를 경기콘텐츠진흥원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자체와의 상생과 도서정가제 등이 지역 서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성남사랑상품권(지역 화폐)을 지역 서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성남시도서관사업소와 성남시서점협동조합이 협약을 했습니다. 또 공공도서관에서 6권 이상의 책을 빌려본 만 19세 청년에게 2만원 상당의 모바일 지역 화폐를 지급하는 '첫출발 책드림'을 운영하고 있어요. 왜 대부분의 OECD 회원국이 도서정가제를 지키고 있을까요. 책은 다른 공산품과 달리 자유시장경제에 맡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겁니다. 지역 서점이 대형서점과의 상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지역 서점의 생존을 위해서는 반드시 완전 도서정가제를 시행해야 합니다. 온라인 도서 판매량은 늘고, 지역 서점(오프라인) 판매량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방안도 마련돼야 합니다. 이는 지역 서점과 출판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도 필요한 일입니다.”

문선미 이사는 물류창고를 만들고 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유통업자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받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 서점만의 공동구매를 위한 물류창고를 건립할 예정입니다. 또 지자체, 시민과 같이하는 전시,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겠습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서점이 서로 연락하고 만나는 창구 역할을 했던 것처럼 해체된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겠습니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