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이상했다. 작년 겨울은 유난히 따뜻했는데 이번 겨울은 영하 17도라는 기록적인 추위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모두 꽁꽁 싸매고 다니며 이런 날은 집에 박혀 있어야 한다며 다짐했다. 그런 추운 날 청주와 서울에서 두 아이가 내복만 입은 채 편의점 앞에서 발견되었다. 이어진 기사는 청주의 아이는 부모 품으로 돌려 보내졌는데 3살짜리 아이의 엄마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입건되었다는 것이다. 그 아이가 전에도 혼자 돌아다니는 걸 보았다는 이웃의 진술이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았다.

입양되었다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에 대한 충격과 죄책감에 빠진 사람들이 그 엄마를 비난하였고 학대를 의심하였다. 그러나 자활수급자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어린이집을 안 가겠다는 아이를 집에 남겨두고 일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는 사연이 밝혀졌고 우리 마음속에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얼마전에 인천에서도 두 형제가 엄마가 나간 사이에 라면을 끓이려다 불이 나서 동생이 끝내 사망하는 슬픈 일이 있었다. 지역사회가 아이들을 잘 돌보고 있지 못하다는 자성이 이어졌다. 초등학교에서 돌봄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더 가슴 아파했다. 학교 돌봄이 충분했다면 이런 일은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며 더 안타까워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소중한 아이들을 지키고 먹이고 돌보는 일은 이처럼 중요하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라며 인구 소멸의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막상 아이에 대한 투자에는 인색하고 주먹구구식이다. 남을 이기는 아이를 만들겠다는 사교육에는 가산을 쓸어 넣으며 투자하지만 우리의 미래인 모든 아이들을 지키는 일에는 소홀하다. 하기는 학교에 나오는 아이를 위한 급식 한 끼를 무상으로 먹이는 데도 얼마나 많은 논쟁과 정치적 대립이 있었던가.

미국의 한 학자는 아이들이 투표권이 없어서 그럴 거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투표권없는 아이들이 바로 우리의 미래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공적 돌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코로나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켜서 아이들을 학교에서 보호했던 초등 돌봄은 공적 돌봄의 중요한 현장이다. 보다 확대되고 보다 질을 높여야 한다. 집에서 가깝고 익숙하고 시설이 있는 학교에서 학교의 지휘체계에 맞춰 돌봄을 하는 일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현재 딱 아이 돌보는 시간만 노동으로 인정되는 시간제 돌봄전담사가 여유있게 준비하며 일할 수 있게 전일제로 되어야 하고 학교 안 돌봄은 교육당국이, 학교밖 돌봄은 지방정부와 공동체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 시기에 돌봄의 중요성을 깨달은 어른들이 해야할 기본적인 일이다. 또 돌봄이 중요한 만큼 합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 질높은 공적 돌봄이 실천되는 인천을 기대해 본다.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