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격차 해소 취약한 원격수업

지난해 코로나19로 교육당국은 초유의 '온라인 수업' 상황을 마주했다. 감염병 확산에 따른 필연적인 원격수업은 등교수업보다 학력 격차에 취약한 면을 드러냈다.

과밀학교가 많고 집단감염 사례에 따른 등교수업 인원 제한이 길었던 경기지역은 등교수업일 수가 더욱 적었다. 특히 저소득층 학생의 원격수업 집중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되며 기초학력 부진 및 학력 격차 문제가 향후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경기지역 초등학생 1학기 등교수업일 17일

19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학교현장이 원격수업을 시작하며 1학기 등교수업 일수가 감소했다.

초등학생 1인당 평균 등교수업일은 17일이었고, 중학생은 23일, 고등학생은 42일로 나타났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의 1년간 수업일수를 190일로 정하고 있다. 다만, 학교장이 천재지변 등을 이유로 10분의 1 범위 내에 수업일수를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다수 학교는 지난해 수업일수를 171일로 운영했다.

한 해 간 수업일수 중 절반가량인 85여일이 1학기에 진행되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초등학생은 수업일수 5일 당 한 번씩 등교수업을 진행했다. 주말 등을 포함하면 일주일에 한 번 등교수업을 한 꼴이다.

중학교는 수업일수 3.7일당 한번, 고등학교는 2일당 한 번씩 등교수업을 했다.

이는 미뤄진 개학과 등교수업 시작에 따른 영향이 크다.

교육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당초 3월 예정인 개학을 미루고 4월 전면 원격수업으로 한해 수업을 시작했다.

등교수업은 5월 중순에서야 시작됐다. 5월 20일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매주 학년을 늘려 6월 8일이 돼서야 모든 학년이 등교수업을 했다.

그러나 수도권 초·중학교는 다른 지역과 달리 등교수업 초기인 6월부터 등교 인원이 전체 학생의 3분의 1로 제한됐다. 고등학교만 3분의 2가 등교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치는 1학기 종료 시까지 이어졌다.

2학기에는 8월 26일부터 9월 20일까지 약 한 달간, 12월 15일부터 31일까지 16여일간 모든 학교 수업이 원격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 수도권 거리두기 1.5단계 격상을 앞뒀던 지난해 11월 18일 수원시 권선구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 /인천일보 DB

▲학생·학부모 28.3% “원격수업 내용 절반도 이해 못 해”

등교수업의 감소는 학력격차 우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학교현장에서는 1:1 맞춤교육이 어려운 상황을 호소한다.

EBS 뉴스가 종로학원하늘교육에 의뢰해 지난해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전국 초중고등학생과 학부모 189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원격수업 내용을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28.3%로 나타났다.

수업 내용의 20%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학생 비율도 초등 1~2학년 7.5%, 초등 3~6학년 2.9%, 중학생 5.9%, 고등학생 9.2%였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원격수업에서의 학업 성취도가 등교수업에 비해 떨어진다고 응답했다.

큰 차이 없다는 응답은 30.6%, 원격수업이 더 났다는 응답은 3.5%에 불과했다.

학력 격차에 대해서는 9명 중 8명꼴인 87.8%가 '학생 간 격차가 벌어졌다'고 느꼈다.

가장 손해를 본 성적대는 중위권(51.8%)이라 답했으며, 최상위권(0.8%), 상위권(7.9%)은 수업 방식의 영향이 적었을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원격수업이 힘든 이유로는 집중이 안 된다는 응답이 42.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수업 전후의 소통 부족 19.2%, 학습 동기 저하 17.7% 순이었다.

 

▲거주지역에 따른 커지는 학습격차 우려

지난달 발간한 '공간과 사회' 74호에 게재된 '코로나19 이후 거주환경의 차이가 초등학생의 학습, 게임, 놀이 시간에 미치는 영향 분석' 논문을 보면, 주택 가격이 높은 지역 학생일수록 원격수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었다.

논문은 지난해 7~8월 부천시 초등학교 3곳에 다니는 3~6학년생 4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 학교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졌다.

신도시 단지 학생이 주로 다니는 A학교 학생은 하루 평균 155분을 원격수업하는데 썼다. 이들 50% 이상은 원격수업으로 인해 학습시간이 늘었다고 답했으며, 코로나19 이후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시간은 평균 14분 늘어났다고 답했다. A지역 주변 주택의 시세는 평당 1410만원이다.

30년 된 아파트 단지 학생들이 많은 B학교 학생은 하루 평균 127분을 원격수업에 들였다. 원격수업에 따른 학습시간은 A학교 학생과 달리 50% 이상이 줄었다고 답했다. 학교 주변 주택의 시세는 평당 989만원이다.

30년 이상 된 빌라와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C학교는 원격수업 활용 시간이 가장 적었다. 이들은 하루 평균 83분을 원격수업에 썼고, 무려 72.9% 학생이 원격수업으로 학습시간이 줄었다고 답했다. 반면, 게임을 하는 시간이 2시간 이상 늘었다는 응답이 19.4%에 달하는 등 하루 평균 게임 시간은 110분이었다. 학교 주변 주택의 시세는 평당 710만원이었다.

 

▲학교현장 “1:1 맞춤 지도 어렵다”

학교현장에서는 1:1 맞춤 기초학력 교육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경기도내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무리 신경을 쓴다고 하더라도 등교수업이 원격수업보다 집중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교사도 학생이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또 기초학력 부진 지도는 학부모가 거절할 경우 할 수 없는데, 코로나19 감염 위험과 코로나 블루 등으로 학생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는 학부모가 많아졌다”며 “한번 기초학력 부진을 탈출하지 않으면 향후 진행되는 수업 내용도 따라가기 힘들다. 기초학력 지도가 더욱 중요해진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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