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형 실상은 자결 혹은 서류상 죽음
▲ 솥( 향)에 불( 화)을 지펴 죄인을 삶는(烹팽) 형벌이 팽형烹刑이다. /그림=소헌

조선 후기에 들면서 붕당정치는 큰 골칫거리였다. 숙종 이후 남인이 대거 축출되고 정권은 다시 서인의 손아귀에 들었다. 왕의 정통성을 문제 삼아 서인은 노론과 소론으로 나뉘어 대립한다. 노론은 정비正妃 인현왕후를 저주한 장희빈(경종의 친모)에게 사약을 내려야 한다고 하였으나, 소론은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리청정과 무자다병無子多病을 이유로 ‘신임사화’에 휘말렸던 경종의 재위기간(4년)은 당쟁의 절정을 이룬 시기였다. 결국 그는 병석에 누운 지 며칠 만에 급서急逝하였는데, 한쪽에서는 간장게장을 먹고 독살되었다는 의혹도 짙다.

당파싸움의 폐단을 겪으며 왕위에 오른 영조는 가장 먼저 탕평蕩平(균형된 정치세력)을 밝혔다. 신문고 제도를 부활하여 인민의 뜻을 받들었으며, 균역법을 고쳐 양역良役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지주의 부담을 끌어내 서민의 부담을 크게 줄였다. 신분차별에서 오는 불균등한 사회참여를 해소하고 학문을 떨쳐 일으켰으며, 가혹한 형벌을 폐지하고 팽형烹刑 등 사형집행은 신중했다.

팽해속각(烹蟹束脚) 삶은 게도 다리를 묶어 놓고 먹으랬다. 틀림없을 듯해도 혹시라도 게가 물지 모르므로 만일의 경우를 생각하여 조심하여야 낭패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겁이 많은 사람을 놀리는 말로도 쓴다. 후환이 있으니, 죄인의 값을 정하여 벌을 내릴 때 새겨두면 좋은 말이다. 물론 게한테 물려 본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烹 팽 [삶다 / 팽형烹刑]

①_(향)은 제사에 쓰이는 위패나 그릇 또는 쟁반모양에서 왔으며, 솥에서 삶는 음식을 뜻하기도 한다. _(향)에서 亨(형통할 형) 享(누릴 향) 烹(삶을 팽) 등 여러 글자가 나왔기에 각 글자의 고자古字로 쓴다. ②제사상(_향)을 풍성하게 하여 장차 자식(子)의 삶을 형통하게(亨형) 누리도록(享향) 복을 달라는 것인데 ③그러려면 솥(_)에 불(_화)을 지펴 고기를 삶아야(烹팽) 한다. ④또한 탐관오리를 큰 솥에 넣고 삶는 형벌을 팽형(烹刑)이라 한다.

 

刑 형 [형벌 / 벌하다 / 법]

①_(평평할 견)은 방패들(干+干간)을 나란히 펼쳐놓은 모습이다. 옛 글자는 井(정) 형태로 씀으로써 죄수를 압송하거나 가두는 감옥을 표현했다. ②_(견)을 간략하게 _(견)으로 쓰는데, 開(열 개)의 간체자도 된다. ③죄 지은 놈은 평평한(_견) 형틀에 올려놓고 칼(_도)로 찌르고 곤장을 치는 형벌(刑형)을 가해야 한다. ④刑(형)과 방패(干)를 깎아(_) 책을 만드는 刊(새길 간)을 혼동하지 말자.

농단으로 국정을 어지럽히거나 탐관오리에게 행하던 팽형烹刑은 가마솥에 삶아 죽이는 극형을 상징한다. 하지만 실제로 집행하지는 않고 불명예형으로 이루어졌다. 무슨 말인가? 삶아서 목숨을 끊는 것이 아니라 죄인을 미지근하게 끓인 물에 넣었다가 빼는 것이다. 이를 당한 죄인은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스스로 자결을 하거나, 모든 서류와 인간관계는 진짜로 죽은 사람과 똑같이 되거나.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은지 모른다.

피고 박근혜에게 징역 22년을 확정하였다. 이에 앞서 징역 17년을 받은 이명박과 더불어 수감생활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다’는 인간된 도리를 추구하겠지만, 아직도 자신들은 죄가 없으며 오히려 창살 안에서 바깥세상을 가두어 놓고 있다고 여긴다면 사면이란 불가하다. 굳이 용서하려거든 팽형을 권한다. “살려는 드릴게.”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