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해진 빈부격차
▲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이래 22년 만에 취업자수가 최대 감소 폭으로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시장 한파를 반영한 결과다. /인천일보 DB

코로나19는 전세계 의제인 빈부 격차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특히 빈곤층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봤다. 문제는 코로나19는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실업 때문이다. 저학력·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가 더 많이 사라졌다. 반면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을 가진 계층은 더 많은 소득을 갖게 됐다.

▲경기도 취업자, IMF 이후 첫 감소세

지난해 경기지역 취업자수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인지방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경기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는 690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3000명 감소했다. 실업자는 28만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명(3.8%) 증가했고, 최근 4년간 3%대를 지켰던 실업률도 4.0%로 상승했다.

경기지역 취업자수가 감소하기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20만8000명) 이후 22년만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취업자수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1년 전보다 19만8000명이 감소한 683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최대폭으로 하락한 지난해 10월(-12만2000명)보다도 감소폭이 크다. 지난해 4월부터 9개월 연속 내림세가 이어졌다.

12월 고용 충격은 대면서비스업에서 두드러졌다. 도소매·음식숙박업(-13만2000명),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및 기타(-7만명), 전기·운수·통신·금융업(-5만명), 농림어업(-8000명)이 타격을 입었다.

반면 정부 SOC 예산 확대와 투자집행 활성화, 정부의 주택 공급확대 방안에 따라 건설업(4만2000명)은 늘었다. 또 모바일 수요회복과 신규 게임콘솔 수요에 따른 반도체,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완성차와 부품 수요가 회복한 자동차를 중심으로 제조업(2만1000명)은 증가했다.

종사자 지위별로 보면 임금노동자(-12만명)와 비임금노동자(-7만8000명) 모두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정규직 등 상용노동자는 2만3000명(0.6%)이 증가했지만 고용 지위가 불안한 임시노동자는 7만9000명(-6.6%), 일용노동자는 6만4000명(-15.5%)이 각각 줄었다.

비임금노동자 중 자영업자는 6만6000명(-5.2%),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만2000명(-7.7%) 감소했다.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따른 거리두기로 매장 폐쇄 등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일시휴직자는 19만6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1만9000명(155.6%) 늘었다.

취업자의 일자리 환경도 불안했다.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30만4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9만2000명(7.6%) 증가했지만,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533만3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0만8000명(-7.1%) 줄었다.

경인지방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이 큰 타격을 받아 취업자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 작년 소상공인 매출 감소

전국 소상공인 카드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가 지난 13일 내놓은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2020년 12월 28일∼2021년 1월 3일)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의 66% 수준이다. 매출이 34%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2019년 2.9%를 기록하고 2020년 3.3%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도 비슷한 기조로 한국경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 수출규제 등의 악재를 뚫고 기업 활동이 활기를 되찾고, 내수시장에도 활력이 감돌 거란 기대였다.

이 시기의 자영업자 표정은 밝았다. 경기지역 자영업자 매출액은 2∼3주차때 전년 같은 기간보다 3%, 6% 증가했다. 5주차(1월 27일 ~ 2월 2일)때는 WHO가 감염병 위험 경보를 위기에서 경보로 전환해 12% 감소했지만 6주차(2월 3일 ~ 2월 9일)때 19%로 회복했다. WHO 코로나19비상사태 선포에도 감염병이 금방 잠잠해질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데이터에 빨간불이 켜진 건 2월 중순부터였다. 2월 18일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확진자가 처음 나온 뒤 하루 신규 확진자가 수백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8주(2월 17일 ~ 2월 23일) 9%, 9주 26%, 10주 22%, 11주 17%, 12주 15%, 13주 17%, 14주 15%, 15주 13%로 각각 줄었다.

경기도가 재난기본소득 신청을 받은 시기(4월 8일)인 16주차에는 6%대로 줄었다. 이후 17주 3%, 18주 2%로 줄어들었다. 19주(5월 4일 ~ 5월 10일) 시기에는 4%로, 코로나 발견 이후 처음으로 직전년보다 소비가 높았다. 20주(7%), 21주(9%), 22주(7%), 23주(1%)에는 늘었다. 24주(6월 8일 ~ 6월 14일)에는 0%로 예전 수준이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보편적으로 지급한 지원금때문에 소비가 일시적으로 살아났다.

정부의 방역시스템도 한몫했다. 4월 18일 이후 신규 확진자를 20명 이하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4개월 만에 상승했다. 상승폭도 6.7p로 적지 않았다.

도심 집회발 수도권 재유행이 발생한 34주차(8월 17일 ~ 8월 23일 )때 17% 감소했다. 정부는 수도권 지역에 2단계 일부 조치를 내렸고, 엿새 뒤인 22일엔 2단계 조치를 전국으로 넓혔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자영업자 매출에 타격을 입혔다.

35주(25%), 36주(26%), 37주(17%), 38주(10%), 39주(9%), 40주(24%), 41주(10%), 42주(9%), 43주(11%), 44주(11%), 45주(8%), 46주(7%)까지 매출이 줄었다.

정부가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 방역조치 강화를 내놓으면서 자영업자의 매출은 떨어졌다. 사태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48주차(11월 23~29일)를 전후로 47주 14% 감소, 48주 23% 감소, 49주 22% 감소했다.

그런데도 확진자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50주때 30% 감소하며 첫 30%대에 진입했다. 거리두기 2.5단계 연장 5인이상 집합금지 발표 시기인 51주(12월 14일 ~ 12월 20일)에는 33%, 52주 36%, 53주 34% 등이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해 12월 8일부터 수도권은 2.5단계, 비수도권은 2단계로 격상·시행되고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도 서울, 인천, 경기에서 지난달 23일부터 가장 먼저 이뤄져 상대적으로 수도권의 하락 폭이 두드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로 소득 격차 더 커져

지난해 3분기에 소득 5분위(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3% 가까이 늘어난 데 비해 1분위(하위 20%)는 1% 이상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하위 계층의 소득이 더 가파르게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공적이전은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의 소득 격차를 완화하는 효과를 냈지만, 일정 수준에 머무는 데 그쳤다.

18일 통계청의 지난해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63만7000원으로 직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2분위의 소득도 1.3% 줄었다.

반면 3분위는 0.1%, 4분위는 2.8% 증가했다. 최상층인 5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1039만7000원으로 2.9% 증가했다.

하위 40% 가구의 소득이 줄어드는 동안 상위 60% 가구는 늘어난 것이다. 소득 상위 가구로 갈수록 증가폭은 비례해서 커졌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당시 “코로나19가 1년 가까이 장기화하면서 소상공인을 비롯해 임시직과 일용직의 시장소득 감소가 커진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도 악화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가구원 수별로 나눈 가처분소득을 1분위와 5분위 대비로 비교하는 지표다. 수치가 오르면 분배의 악화를, 수치가 내리면 분배의 개선을 의미한다.

3분기 중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88배였다.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이 1분위보다 4.88배 많다는 의미다. 이는 2019년 3분기의 4.66배보다 0.22배p 오른 수치다.

이러한 격차는 넘치는 유동성으로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크게 오르다 보니 자산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에 발생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연간으로 전국의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5.3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은 30.8%였다.

즉 10억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이라면 지난해 5360만원의 시세차익을, 증시에 10억원을 투자했다면 3억800만원을 벌어들였다.

채희율 경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과 과열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역시 빈부격차와 양극화 문제가 더 선명해지는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점점 어려워질뿐더러 계층 고착화도 심각해지고 있다”며 “과거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이 이제는 전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남춘·임태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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