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워처'라고 들어보았는가? 새를 찾아 산과 들, 개울이나 해안가를 쏘다니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에겐 조금 낯선 개념이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레저나 시민과학의 일환으로 탐조활동(Bird Watching, Birding)이 자리잡아 왔다. 우리나라엔 1000여명의 버드워처들이 있다고 하는데 2020년 초 이들을 흥분시킨 사건이 있었다. 인천 송도의 한 공원에 나타난 새 한 마리 때문이다. 회색머리지빠귀라는 이름의 이 새는 우리나라에서 딱 두 번 관찰기록이 있는 희귀한 새로, 전국의 버드워처들을 인천으로 불러들였다.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 월동하고 유라시아 북부, 알래스카 등지에서 번식하는 철새들의 이동경로를 EAAF(East Asia Australia Flyway)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 EAAF의 핵심지역이다. 지구의 남반구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던 철새들이 번식을 위한 이동시기가 되면 마치 병목처럼 우리나라 서해안으로 집중했다가 다시 북반구 지역으로 넓게 흩어진다. 이들이 이동시기에 우리나라로 집중하는 이유는 무얼까.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넓고 풍요로운 갯벌의 존재'이다.

큰뒷부리도요에 위성추적장치를 장착하여 이동경로를 조사한 놀라운 결과가 있다. 뉴질랜드에서 출발한지 일주일 만에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 도착했는데, 무려 1만800㎞를 한 번도 쉬지도, 먹지도, 잠도 자지 않고 날아온 것이다. 약 한 달간 우리나라에 머물며 에너지를 충전한 뒤 다시 알래스카를 향해 6500㎞를 비행한다. 뉴질랜드에서 출발할 때 496g이던 몸무게가 우리나라에 도착할 때쯤이면 182g으로 무려 63%가 감소했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비행이다. 인간의 역사보다 더 오랜 세월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 온 이 비장한 여행이 가능했던 것은 갯벌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면 충분한 먹을거리와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수 만년 동안 유전자를 통해 역사적_진화적으로 각인된 신뢰 말이다.

은빛 날개 반짝이는 수천 마리 도요물떼새의 비행을 넋 놓고 지켜봤던 사람이라면 생명이 얼마나 경이롭고 위대한지 안다. 수천 ㎞를 날아온 철새들의 치열한 노동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에 함부로 삽질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안다. 그래서 탐조란 그저 레저의 한 종류가 아니라, 인간이 자연에 접속하는 하나의 통로가 된다. 탐조의 나라라는 미국의 탐조문화 역시 17세기 이후 아메리카 대륙을 휩쓸었던 광기어린 사냥열풍과 학살에 대한 자성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조석간만의 차가 가장 큰 인천은 그만큼 넓고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다. 대만, 홍콩 등지에서 출발한 저어새들이 도착하는 3월이 되면, 뒤이어 지구 남반구에서 올라온 수십 종의 도요물떼새들이 합류하여 넓은 갯벌이 소란스러워진다. 도요새들이 번식지로 북상해버린 6월의 갯벌에는 새로운 생명의 태동이 시작된다. 갓 태어난 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 새끼들이 삐악대는 소리로 꽉 찬 갯벌은 생명의 향연으로 가득 찬 공간이다.

찬바람 몰아치는 겨울 갯벌은 어떨까. 삭막할 것이라 지레짐작한다면 겨울갯벌에 한 번도 나가보지 않은 사람이다. 강화도와 영종도 사이 갯벌에는 50여 마리의 두루미들이 고고한 자태를 드러내고 흰죽지며, 비오리며, 청둥오리며, 수십 종의 오리, 기러기들이 갯벌 이곳저곳을 쑤석이며 다닌다. 인천갯벌의 사계는 새로 시작해서 새로 마무리된다.

어떤 사람들은 새 보러 간다고 하면 뜨악한 눈빛으로 “새를 왜?”하고 묻는다. 새를 보호하자고 하면 그깟 새가 뭐라고, 돈이 나오나, 쌀이 나오나 라고도 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돈이 나온다. “환경에 이로운 일은 돈이 되고 경제 활성화가 된다. 작지만 세계에서 존경받는 친환경 도시가 될 것이다.” 일본의 황새도시 도요오카 시장의 말이다.

버드워처 수가 7000만명에 이르는 미국은 1980년대 이후 무려 350% 늘어나면서 미국에서 가장 '핫'한 분야가 되고 있다. 이들이 2006년 한 해 동안 지출한 비용이 360억 달러라고 하니, 환경을 우습게 여기는 개발주의자들이 만들어낸 경제적 가치는 비할 바가 못된다. 파헤치고 매립하는 낡은 방식이냐,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잡는 신개념 가치창출 방식이냐, 전적으로 시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여상경 생태교육허브물새알 협동조합 대표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