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는 지금 '백신 전쟁' 중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에 대한 mRNA방식의 백신이 개발되어 2020년 FDA의 허가를 받았다. 신속한 대규모의 백신 접종으로 전 국민의 집단면역을 통한 코로나 탈출을 위해 각국은 이 순간에도 백신 확보를 위한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최초의 코로나 백신 접종은 2020년 12월8일 영국에서 마가렛 키넌(90세)에게 화이자 백신을 투여하면서 이루어졌다. 2호 접종은 윌리엄 셰익스피어(81세), 공교롭게도 영국의 대문호와 이름이 같다.

영국은 1차로 요양시설 거주자와 직원, 2차로 80세 이상 고령자와 의료계 종사자들을 우선접종 대상자로 정하였고, 이 순서에 따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94세)도 2021년 1월9일 접종을 마쳤다.

1796년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소의 젖을 짜는 여성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 천연두와 비슷하지만 덜 치명적인 우두를 앓은 사람으로부터 채취한 고름을 8세 소년에게 주입하여 낫게 함으로써 최초의 백신 접종에 성공했던 역사가 오버랩된다. vaccine은 라틴어로 소를 의미하는 vacca에서 Variolae vaccinae(우두)라는 단어가 만들어졌고, 이로부터 파생된 용어이다.

접종률 1위는 이스라엘로, 전 국민의 27%에게 이미 1차 접종을 마쳤다. 네타냐후 총리가 국민 중 처음으로 백신을 맞는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생중계해 백신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웠다고 한다.

리더의 용기와 결단력에 박수를 보낸다. 매우 초기부터 제약사들과 협상에 나선 점, 이스라엘의 민간의료보험이 매우 효율적이고 신뢰할 만한 체계를 가진 점, 차 안에서 접종이 가능한 '이동식 접종 센터'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점이 성공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편 접종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단연 미국으로, 2021년 1월18일 기준 1300만명에게 투여되었다. 당시 감염자 수 기준 미국 16명, 한국 821명을 기록하던 2020년 3월2일 백악관에서는 코로나 대응 전략 회의가 열렸고 10개의 제약바이오 회사가 초청되었다. 미국 정부는 백신 개발의 중요성을 빠르게 인식하여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Project)이라는 민관 TF를 조직하여 천문학적인 원조를 하였고, 이날 초청된 '빅파마' 가운데 화이자, 모더나 등이 백신 개발에 성공하였다.

미국 연방정부는 연령과 직종에 따른 접종기준을 마련했고, 화이자 CEO도 순서를 기다리며 접종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자, 부유층들은 “2만5000달러(한화 2750만원)를 병원에 기부하면 먼저 백신을 맞을 수 있느냐”며 노골적인 새치기 의사를 표시하였고, 이에 뉴욕 주지사는 백신 법을 위반하는 의료진에게 최대 100만 달러의 벌금을 물리고 면허를 박탈하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새해 첫날 워싱턴 대형마트의 영업종료 10분 전 마트 내 약국을 지나가던 한 청년은 예약자가 나타나지 않아 폐기될 모더나 백신을 맞겠냐는 제안을 받고 우선접종대상자가 아님에도 맞게 되었고 이 행운의 순간을 틱톡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른 한편, 유럽연합의 행보는 백신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 보장이 주장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2020년 12월27일 유럽연합(EU)의 27개 회원국들은 일제히 백신 접종을 정식으로 개시하였고, EU집행위원장은 '감동적인 단합의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인도네시아의 전략은 독특하다. 우선백신접종 대상자로 인도네시아는 의료진과 경찰, 군인 등 공무원에 이어 18~59세 노동자들을 선정했다.

재택근무가 사실상 불가능한 인도네시아에서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확률이 높은 사람에게 접종을 먼저 시키는' 전략이 집단면역을 달성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시 상황은 어떠한가? 코로나19 백신접종 통계 사이트인 '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이미 접종을 시작한 55개국의 명단에 대한민국은 없다. 오는 11월 집단 면역을 목표로 한다는 정부의 허울좋은 외침을 듣고 있는 국민들은 서글플 뿐이다.

/김현진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