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공무원 또는 정치인과 언론의 관계를 흔히 이렇게 규정한다. 즉 멀리해서도 안되고 가까이 해서도 안되는 묘한 운명 같은 것이다. 미래를 지향해야 할 이들과 언론의 관계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로 함께' 가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기자는 기다려지지 않지만, 신문은 기다려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소식은 언제나 궁금하기 때문이다.

감시자와 감시 대상 간 지켜야 할 원칙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진실한 관계를 맺기 어렵다는 논리는 아닐 것이다. 언론과의 건전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시민들의 궁금증 해소를 위해 언론을 적절한 소통 창구로 활용하는 자치단체장이 있다. 한대희 군포시장 얘기다. 2018년 7월 취임 이후 최근까지 한 시장 이름으로 신문에 실린 기고문은 확인된 것만 17번째다. 기고문에는 평소의 소신과 뚝심, 그리고 솔직한 고백이 묻어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시민 위로와 격려, 그리고 대응 전략까지 비교적 소상히 담겨있다. '코로나19가 휩쓴 2020년의 교훈', '확진자도 우리의 소중한 가족, 신상털기는 안된다', '코로나19가 바꾼 세상과 공동체의 과제' 등이 그것이다.

한 시장은 “백성에게 재액(災厄)이 있을 때는 마땅히 자신이 당한 것처럼 해야 하며, 구제를 늦춰서는 안된다. 장래의 환난을 예방하는 것이 재난이 일어난 뒤에 은전을 베푸는 것보다 낫다”는 다산의 목심심서를 인용하면서 코로나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금은 코로나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일이 최우선임을 강조했다. 시장이 코로나를 퇴치할 수는 없겠지만, 시장의 권한과 시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최대한 막아내겠다고 약속했다.

기고문에는 또 새로운 100년을 지향하는 도시설계부터 현안사업, 정부의 지원대책 요구 등 시민을 향한 소통 메시지가 다양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이 정차하게 될 금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당정동 노후공업지역활성화사업, 도시재생 뉴딜사업 등 미래 군포를 향한 핵심과제들을 제시했다. 그는 GTX-C노선 건설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며 시장으로서 역할론을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의 GTX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은 물론, 사업 지연 또는 지장 요인을 해소하는 것도 시장의 역할이라 믿고 있다.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흔들고 사업 타당성부터 재검토를 요구하는 인근 지자체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약속했던 군포2동 주민센터 유치와 관련, 공약 변경에 대해 해당 주민들에게 거듭 사과했다. 두 번의 보도자료 배포를 포함하면 세 번째 사과다. 취임 직후 공약을 검토하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주민 불편이 원인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죄송하다는 심정을 고백했다. 명분보다는 많은 시민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의 사업 추진이 옳다는 확신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의 이런 소통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과거 이력을 보더라도 일찍이 일반인은 물론 청소년을 위한 정치·경제 관련 두 권의 책을 통해 저자로서 독자와 소통해 왔다. 또 시장 당선 직후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취임준비위원회가 시민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낸 '군포소통백서'도 같은 맥락이다. 소통은 지방자치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라고 믿기 때문이다. 시민들과 약속한 시정운영의 핵심 키워드도 '소통'과 '협치'다. 시정 마인드는 '시민·참여·소통'으로 요약된다. 시민 역량을 높여 참여를 늘리고 활발하게 소통하겠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일머리는 소통으로부터 시작된 셈이다. 그의 초심대로 '시민과 소통하면 통(通)한다'는 논리가 성공하길 기대한다.

/전남식 경기본사 사회2부 부국장 nscho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