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정인이 사건은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한다. 특히 처음 이 사건을 대했던 경찰의 안이한 태도는 경찰청장이 공식 사과를 해야 할 정도였다. 정인양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는 지난해 5∼9월 세 차례나 경찰에 접수됐다. 어린이 집 교사, 가해자의 지인, 소아과 의사 등이 정인양의 눈에 띄는 체중 감소와 상처 등의 이유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양부모측 주장을 토대로 아동학대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 “아이에게 안마하는 과정에서 멍이 생겼다”는 양부모의 진술이었다.

그런데 서울 양천 경찰서가 정인양의 학대에 대해 제때 대처하지 않은 것과 경기 하남경찰서가 수사한 '3세 남아 학대 사건'이 새삼 비교되고 있다고 한다. 정인양 사건과 유사하게 이 사건도 장기 일부가 파열될 정도로 심각한 아동학대였는데, 하남 경찰의 신속한 대처로 분리와 치료가 이뤄지면서 목숨을 구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11월11일 밤 3살 아이가 학대당한 것 같다는 병원 의료진의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아이는 장기 일부가 파열되고 전신에 타박상을 입어 이 병원에서 수술이 어려울 정도여서 경기도내 한 의료거점병원으로 이송됐다.

하남경찰서는 즉각 아이 상태를 확인하고 부모와 분리 조치했다. 다음날 베트남 국적의 친모를 만나 수사에 착수했고 같은 날 오후 5시 아동학대로 긴급 체포했다. 조사과정에서 친모와 함께 학대에 가담한 동거남도 긴급수배, 사건 발생 이틀만에 붙잡았다. 3살 남아에 대한 치료와 보호조치도 동시에 이뤄졌다. 이 아이는 출생신고조차 안돼 법적 도움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었다. 하남 경찰은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에 자문을 요청했다. 그 결과 의료비 등 적절한 지원이 이뤄졌고 아이는 지난해 11월25일 2주간의 치료르 마치고 퇴원했다. 현재는 경기도내 한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아동학대 사건에 있어 경찰의 초기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인양 사건 이후 우리 사회에는 아동학대 사범의 형량을 높이라는 등 온갖 논의가 들끓었다. 그러나 이번 하남 경찰의 사례는 법과 제도에 앞서 우리 이웃의 어린 생명들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