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물려받은 책으로 공부 잘하여/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1절)/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2절)/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3절)”

아직도 콧등을 시큰하게 하는 '졸업식 노래'다. 1절은 재학생이, 2절은 졸업생이, 3절은 다함께 부른다. 졸업식이 끝날 즈음 나지막이 부르는 합창에 눈시울을 적시는 학생도 더러 보였다. 마치 동요와도 같은 이 노래의 경우 지금 들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새롭다. 소싯적 초등학교 졸업식을 떠올리며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이런 졸업식 풍경도 해를 거듭할수록 사뭇 달라져 갔다. 이젠 최신 가요나 외국곡 등을 부르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고등학교 졸업식은 난장을 방불케 했다. 뒤풀이랍시고 계란과 밀가루 등을 준비해 졸업생끼리 던지며 난투극을 벌였다. 졸업을 한다는 해방감에 들떠서인지, 학교를 벗어나 길거리에서 교복을 찢으며 밀가루를 뒤집어쓰는 등 한바탕 난리를 쳤다. 이런 행태는 결국 주위의 비판과 비난으로 이어져 점차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도 졸업철인 이즈음이면, 한때 낭만이라면 낭만스런 이야기가 기억 속에 스멀스멀 살아난다.

그런가 하면 전국 대학에선 갈수록 졸업식에 참여하는 학생이 줄어든다. 이미 취업을 한 학생들은 직장에 나가느라고, 취업을 하지 못한 학생들은 친구나 교수 얼굴 보기 힘들어서 등이 주 이유다. 일부 대학은 이들 학생에게 졸업장을 택배로 보내주기도 한다. 학교 측에선 학생의 참여·불참 여부를 묻기는커녕 오든지 말든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냥 학교 홈페이지에 학위수여식이 있다는 내용의 공지사항만 덜렁 띄워놓거나, 문자메시지로 알리는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졸업을 무슨 상거래하듯이 여기는 분위기가 씁쓸하다.

올해는 이런 졸업식 풍경마저 보기 어려워졌다. 코로나19란 놈 탓이다. 그저 컴퓨터 모니터 속에서 섭섭함을 공유하는 '온라인 졸업식' 시대가 도래했다. 인천만 해도, 초·중·고교 중 72%가 비대면으로 졸업식 행사를 치른다. 대면 졸업식이라도 학급별로 인원을 최소화해 열린다. 예년처럼 졸업생과 학부모, 교사가 한자리에 모여 축하하고 서로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장면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교육부가 가능한 비대면 방식으로 졸업식을 열도록 지침을 내렸거니와, 코로나를 걱정하는 대부분의 학교에선 대비책으로 일찌감치 온라인 졸업식 개최를 알렸다. 이래저래 코로나가 졸업식 모습마저 바꿔 놓았지만, 졸업생들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을 다졌으면 싶다. 영어권에서 졸업식(commencement)은 '시작'이란 뜻을 품고 있다. 새로운 출발점에 선 이들이 더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이루길 바란다.

/이문일 논설위원 ymoon5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