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좌석제… 서서 가면 위법
통행거리 멀고 자리는 한정
양보 강요하면 자칫 거부감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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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공공버스(광역버스)에 교통약자석을 만든다.

노인, 장애인,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배려하는 사회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취지는 좋은데, 실효성은 의문이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도에 따르면 공공버스 도입으로 공공성은 확대했으나, 상대적으로 소외된 교통약자 배려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도의회 역시 제348회 정례회 도정 질문 당시 임산부 배려석 설치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도는 다음 달 136개 노선을 오가는 공공버스 1350대에 교통약자석을 만들기로 했다.

장소는 운전자석 바로 뒤 1∼2열이다. 임산부 2석·교통약자 2석이다. 도는 이렇게 해서 교통약자를 배려하는 문화를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현재 공공버스는 모두 좌석제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고속도로에서 이용객이 서서 가면 위법이다.

고속버스·KTX·광역철도에 교통약자석이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쉽게 말해 공공버스 교통약자석에 앉은 이용객이 노인·장애인·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한 뒤 서서 가다 법을 어기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게다가 출·퇴근 시간에는 이용객이 한꺼번에 몰린다. 평균 이동 시간은 1시간을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이용객에게 '양보·배려'를 강요하면 자칫 거부감과 반발이 생길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 열린 교통약자석 설치 자문회의에 참석한 교통 전문가 4명도 이런 점을 우려했다.

한 전문가는 공공버스를 이용하는 교통약자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따로 교통약자석을 설치하면 실효성이 떨어질 거라고 지적했다.

공공버스 이용객 A씨는 “출·퇴근 시간에 한 번 타보면 안다. 통행 거리가 먼데 좌석은 한정돼 있다. 과연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냐”며 “마음과 달리 양보하지 못하는 경우도 분명히 생긴다. 그러면 나는 배려심이 없는 무개념 승객이냐”라고 비판했다.

도 관계자는 “이런 우려의 목소리도 안다. 그래서 일부 좌석에 교통약자석을 설치하는 것”이라며 “말 그대로 양보·배려석이다. 교통약자 전용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양보·배려 문화를 조성하려는 취지에서 추진하는 정책이다”라며 “시행 이전에 이런 점을 많이 알려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없애겠다”고 덧붙였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