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셀트리온 회장직을 내려놓고 새로운 벤처기업을 시작한다. 지난해 말 이미 일선에서 물러나 오는 3월 주주총회까지만 회장직을 유지한다.

셀트리온의 역사는 20년이 채 안된다.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역사에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셀트리온 만큼 주목받은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매출이 많고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높기 때문만은 아니다. 셀트리온의 도전정신과 기업가 정신이 남달라서다.

서정진 회장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맞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실업자 신세가 된다. 동료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지만 잇따라 쓴맛을 경험한다. 서 회장은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에 관심을 갖고 2002년 셀트리온을 세운다. 2003년에는 인천 송도에 바이오 위탁생산 공장을 짓기 시작한다.

하지만 시작도 그랬지만 우여곡절은 계속 이어진다. 부도 위기를 겪고 사기꾼 소리를 듣는 가운데 2005년 공장을 완공한다. 얼마 뒤엔 다국적 제약사의 관절염 치료제 위탁생산(CMO)을 기점으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

서 회장의 도전은 계속 이어진다. 셀트리온을 처음 만들 때 관심을 가졌던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한다. 램시마 효능을 인정받으며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허주마, 트록시마 등도 잇달아 성공시킨다. 마침내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명가'로 자리잡게 된다.

서 회장의 도전은 바이오시밀러와 맥을 같이 한다. 잇따른 사업 실패는 열정만으론 어렵다는 깨달음을 줬다. 그후 고심 끝에 찾아낸 꿈이 바이오다. 바이오가 고령화 시대 사회문제 해결과 사업적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된 것이다.

이제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에서 마지막 도전을 하고 있다. 셀트리온을 떠나기 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그것이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 신약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은 현재 식약처에 허가 신청을 한 상태다.

서정진 회장의 성공은 도전의 역사다. 함께 사업에 뛰어든 동료나 서 회장이나 모두 바이오에 문외한이었다. 그러나 고비 고비마다 포기하지 않는 투지로 시련을 극복해 나갔다. 모르면 현장에서 답을 찾아 세계 각국을 발로 뛰었다. 생소한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본 퍼스트 무버로서 개척자 정신을 지녔다.

서정진 회장의 도전 역사는 말 그대로 벤처정신과 다름없다. 벤처가 성공하려면 셀트리온의 성공 전략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성공에 눈을 맞추지 말고 역경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찾아내면 된다. 서 회장은 3월이 지나면 셀트리온과 작별을 고한다.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을 만들 계획도 밝혔다. 혈액 검사가 가능한 자가 시스템을 만들어 인공지능(AI) 원격진료 도입에 일조를 하겠다고 한다.

서정진 회장은 고등학교를 인천에서 졸업했다. 30대 중반엔 인천에 사업장이 있는 대우자동차의 최연소 임원이 됐다. 비록 청주에서 태어났지만 인천사람이라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지금 인천은 주력산업 육성에 목말라 있다. 내세울 만한 산업을 키우려고 송도 바이오헬스 밸리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수도권이어서 인력 확보나 입지 조건에서 지방보다 유리하지만 스타트업 생태계는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서정진 회장의 '도전 DNA'는 남다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업정신이 그대로 녹아 있다. 벤처 창업 벤치마킹의 모범이라고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서정진의 도전정신을 인천 창업 생태계에 심을 수는 없을까.

/이완식 H&J산업경제연구소장 column@incheonilbo.com